한국판 막장드라마에 식상한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미국드라마를 나역시 무척 좋아한다. CSI나 NCSI 같이 과학수사로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을 보면 명탐정 셜록홈즈나 아가사크리시티의 포와로나 마플과는 확실히 다른 묘미가 느껴진다. 아직 과학적인 수사방법이 도입되기전의 수사기법은 추정하고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자백을 받는 정도였다면 교묘하게 진화된 범죄기법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된 수많은 과학기법 덕분에 과학이나 화학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도 제법 루미놀이 무엇인지 DNA가 어떻게 증거가 될수 있는지 정도는 쉽게 알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범죄도 지능화가 되고 우연한 범죄도 있겠지만 치밀한 계획하에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권력과 부를 위해 혹인 명예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잡아들이는 법의학자나 수사관들을 보면 정말 공부도 많이하고 인내심도 많이 필요하다는걸 알게 된다. 생물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내가 가장 싫어했던 과학공부를 정말 좋아하고 잘했던 사람인듯하다. 우리가 손에 땀을 쥐고 즐겁게 보는 드라마마저 '저것이 과학적으로 말이될까?'하면서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졸을 떠올리고 스토리에만 집중할수 없는 직업병을 가지게 되었다니 차라리 과학공부에 소홀해서 편하게 몰입하는 내가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범죄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사체를 부검하여 사인을 밝혀내고 정황을 추정하는 과정을 보면 마치 내가 수사관이 된듯 내머리속에서도 회로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다. 간의 온도를 확인하여 사망시간을 추론하고 지문과 DNA로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보면서 범죄현장에 널려있는 눈으로 볼수 없는 수많은 증거들이 만약에 과학이 없었다면 완전범죄가 되거나 연쇄살인으로 이어졌을것이다. 이렇게 우리 유전자에는 단순히 특정인을 구별짓는 인자뿐아니라 수많은 시간을 진화하면서 입력된 수많은 정보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목숨을 지키게끔 자신을 방어하는 인자부터 병을 유발하는 인자들.. 살인이나 폭력을 유발하는 인자까지 입력되었다니 저자의 말처럼 이 이론이 교묘하게 왜곡되는 일이 생길까봐 걱정스런 마음마저 든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유전자는 짐을 짓는다면 누구나 같은 집을 짓게 되는 '설계도'가 아니라 동일한 식재료로 요리하더라도 맛이 다르게 나온다는 '레시피'와 같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머리가 나쁘게 태어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노력하면 성공에 이를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내뿜은 숨결에서도 건강상태가 체크되고 절묘하게 조화된 공기덕분에 생명이 유지되고 있으며 무섭다고만 생각되었던 방사능이 생활속에서도 소량 방출되고 있다는것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인간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과학이라는 것이 역시 남용되거나 오용되면 얼마나 큰 독이 될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세지를 보낸다.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대기가 오염되고 산성비는 미생물을 억제시키고 자연스런 순환을 방해하여 숲이 죽고 결국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지는 악순환은 인간들의 이기와 욕심이 부른 재앙이다.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양날의 칼처럼 과학의 발달이 우리에게 생명연장과 편리함만 주는것이 아님은 꼭 기억해야 할것이다. 이책을 읽고 저자처럼 미드에 몰입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긴 했지만 CCTV가 우리를 감시하고 나의 정보가 무차별로 공개되고 도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실제로 겪고 있지만 느끼지 못했던 현실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