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미궁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4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수많은 첨단기기들과 최신의료기술의 공간 병원!

단순히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고 심지어 선택된 죽음이란 의식을

치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잘 짜여진 의료시스템의 헛점을 짚어가는 이 작품은 의사인 작가만이

파헤칠수 있는 의학스릴러이다.

 

여덟살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남겨진 유산으로 어영부영 살아가고 있는 도조의과대학

만년3학년 학생 덴마다이키치(天馬大吉)! 이름으로만 보면 이세상 부귀영화와 모든 행운을 거머쥐고

살듯하지만 3년째 내리 낙제에다 도박에 빠져 허송세월만 하고 있을뿐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알고 지내온 여자친구 요코에게 코가 꿰어 사쿠라노미야병원에 잠입하게 된다.

이병원은 치료를 위한 병원이라기 보다 죽음을 맞기 위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들리는 정거장이라고나

할까. 실수투성이 핵폭탄 히메미야와 병원장의 가족들은 수상한점이 한둘이 아니다.

병원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먼저 잠입한 야쿠자 똘마니 다카쿠라 겐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겉으로 보면 멀쩡했던 환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죽어나가고 덴마역시 죽음직전에 이르는데..

 

휴대폰도 터지지 않은 바닷가에 자리잡은 사쿠라노미야병원은 절과 화장장까지 갖춘 그야말로

죽음3종셋트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한때는 잘나갔던 이병원이 산사람만을 위한 의료시스템에

집중하려는 정부에 의해 노쇠해지고 분신과도 같았던 도조대학의 배신은 현대 의료 시스템의

이기적인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죽은 사람에게는 돈을 쓰지 않겠다. 하긴 건강지상주의시대에

잘못된 의료시스템은 정부에게 큰 압박이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효율적인 의료지원시스템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실패한 케이스이다.

나라마다의 의료시스템이 어찌되었건 작가는 기업화되고 효율에만 급급하여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현대의학의 모순을 고발하고 싶었던것 같다.

 

부모의 목숨을 댓가로 얻은 유산을 아무 죄의식없이 무위도식하듯 까먹고 살아가는 덴마의 의식은

세상에 공헌할 이유와 책임을 지닌 젊은 지식인들의 무책임함을 꾸짖고 사실은 자신이 지은죄도

아니지만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코 끝나지 않을 악순환과 악연의 고리들이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속박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고 싶었을것이다.

젊은 부부를 교통사고로 죽게만든 운전자와 그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어린 아들들..

두 아이들의 갈라진 삶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고  또다른 묘미이다.

살인과 복수로 이어진 이들의 운명은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수레바퀴처럼 느껴진다.

거스를수 없는 거대한 윤회의 수레바퀴!

퍼즐조각을 맞추듯 완성된 그림속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복수와 죽음도 선택될 수 있다는

논리와 모순적인 의료시스템의 흉측한 모습까지 그대로 그려져 있다.

 

이름과는 다르게 불운이 늘 자신과 함께 하고 있다고 믿었던 덴마는 이제는 더이상 의대낙제생으로

살 수 없을듯하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댓가위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정신차리고 의과대학을 멋지게 졸업하고 죽음보다 삶에 가까운 의사로서 서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나전미궁이란 제목이 무슨뜻인지 읽는내내 궁금했었다. 나전이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개로 만든 공예품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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