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꿈꾸는 달팽이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면 불행이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라고 믿었던 한소년이 있었다.

스미스 집안은 300년 전부터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왔으나 열세 살 소년 헨리와

소년의 가족은 어느날 그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는것을 깨닫는다.

블리스베리의 롱벨로 고등학교의 럭비 스타이자 헨리의 형인 프랭클린이 같은 학교 학생이자 캄보디아 이민자인

차이가 몰던 차에 치여 큰 부상을 당하고 결국은 사망하고 만다.  사람들은 낯선 이민자인 차이와 그의 가족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형의 죽음에 절망하고 분노한 헨리는 형이 죽기 전에 함께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죽기전에 형이 헨리에게 유일하게 했던 말 바로 '카다딘'산을 오르는 것이다.

 

죽음과 불행은 누구에게나 닥칠수 있는 일임에도 막상 그일이 닥치면 사람들은 절망하고 슬퍼하고 결국은 분노한다.

하물며 불행이나 죽음은 다른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소년 헨리에게 우상이었던 형의 죽음은 받아들일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다. 헨리는 친구인 샌번과 바닷물에 빠져 죽기직전 구해주었던 '검둥개'와 함께 무작정

카다딘으로 향한다. 단지 형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자신이 왜 카다딘으로 향하여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그렇게 우여곡절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여행길에서 헨리는 꿈에도 보기 싫은 사람, 바로 형을 차로 치어 죽인 차이를 만나게 된다.

차이 역시 불행으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 무작정 길을 나섰던 것인데 이 만남으로 헨리와 차이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왜 '카다딘'으로 향해야 하는 것인지..

'불행으로 부터 멀어지는 곳은 없다. 우리는 불행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이책을 덮을 때 즈음이면 얼마나 잘 쓴 책인지를 알게 될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절망과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면역되지 못한 삶의 어두운 면에 대해 겁내지 말고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서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세계 1위의 국가 미국이 어떻게 남의 땅을 자신의 땅으로 만들고 세계의 주인행세를 하는지..

미개인을 구원하고 평화를 구현하겠다는 그럴듯한 명분과 전쟁의 두얼굴..그로 인해 벼랑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손을 선심쓰듯 끌어올리는 고도의 전술들...여행길에서 만난 베트남 참전 어부들과 차이는 바로 그런희생자들이다.

멋대로 끼어든 자들이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하고 극심한 인종편견을 가지게 되는 치밀한 음모가 느껴진다.

어린 헨리는 묘하게도 강대국 미국의 독립기념일날 명문가인 자신의 성.. 스미드 집안의 비밀을 알게된다.

위대한 독립의 날이 아닌 침략의 역사였음을...

보트피플로 미국까지 오게된 차이의 불행한 과거를 따뜻하게 감싸안으며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알게된다.

 

"어떤 폭풍도 영원히 몰아치지는 않아" -279p

 

형을 잃은 동생, 아들을 잃은 부모, 비밀스런 출생과 인종편견으로 상처받은 캄보디아 소년..더구나 그 벽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슬픈 사랑을 선택한 소녀, 부모에게 관심받지 못하고 팽개쳐졌던 소년..

이모두는 서로를 껴안는다.

결국 '카다딘'은 불행과 어둠을 극복해 넘어야하는 벽이고 정화(淨化)이며 안락하기만 할것 같았던 삶에서

깨고 나와야 하는 두터운 껍질이었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새처럼...

 

굵직굵직한 상을 수상한 작가의 관록이 그대로 돋보인다. 무거운 주제지만 언제든지 문은 열려있다고 알려주는

마이크 아저씨와 '난리 뻐꾹 티셔츠 아저씨'같이 유쾌한 사람들이 있어 가끔은 웃을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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