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도 - 그림으로 읽는 『구운몽』 키워드 한국문화 3
정병설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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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은 1687년 숙종때 서포 김만중이 유배지인 평안도 선천에서 유복자인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소설이다. 그것도 하루에 완성을 했다니 그의 놀라운 재능과 효심이 그대로 느껴진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구운몽'은 주인공 성진이 육관대사의 제자였으나 8선녀를

희롱한 죄로 양소유란 인물로 인간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그는 등과에 급제하여 하북의 삼진과 토번의 난을

평정하였고 그 공으로 승상이 되어 위국공에 책봉되고 임금의 부마가 된다. 그동안 그는 8선녀의 환생인

8명의 여자들을 만나 2처6첩으로 삼고 영화롭게 살다가 말년에 다시 불교에 귀의한다는 내용으로

사실은 이모든것이 성진의 꿈이었다는것인데..구운몽(九雲夢)은 '아홉조각의 꿈'으로 주인공이 아홉명이기도

하고 신선이 사는 세계를 가르키기도 하며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향한 꿈이기도 하다.

양소유가 살았던 그 수많은 세월이 사실은 하룻밤의 꿈이었다는 결론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기도 하려니와

유배지에서 고통을 견디며 인생을 회한했을 저자가 인생은 한낱 하룻밤의 꿈과도 같다는 자조적 설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구운몽을 그림으로 만나보는 이책은 글과 그림의 전달방법이 어떻게 다를수 있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현실과 이상을 넘다느는 몽환의 세계를 글로 읽으면서 막연하게 그려보다 그림으로 펼쳐놓으니 그야말로

재미있는 그림책이 되었다.  

 

 

성진과 팔선녀가 만나는 돌다리 장면과 양소유와 여덟여자의 만남도 익살스럽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유희의 장소였던 기방에 주로 있었을것으로 추정되는 구운몽도는 소설과 똑같이 그려진것만은 아니었다.

세련된 중국풍으로 그려진것도 있고 소박하고 정겨운 한국풍의 것도 있다는데 수준이 떨어지는 그림이라 해도

정감이 듬뿍 묻어 있는 구운몽도는 저절로 미소짓게 하는 해학은 그대로 느껴진다.

혹시나 고전을 어려워하거나 지루해할지도 모를 사람들이 이 구운몽도를 보면서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 재미있고 인상깊게 머리에 쏙 들어올것만 같다.

 



 

당쟁의 회오리속에 있었던 영조조차 이 책을 애독할만큼 잠시 혹독한 현실을 잊고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구운몽과 구운몽도는 고단한 삶속에서 만난 달콤한 약수가 아니었을까.

잠시 어깨에 짐을 내려놓고 시원한 약수로 마른 목을 적시던 약수처럼 지친 영혼을 달래주었던 책!

일부일처를 지양하는 나라에서는 용납될수 없는 여덟아내를 취한 양소유의 바람둥이 기질을 너무 부러워 하지는 말자.

골이 깊으면 바람도 거센법... 즐거웠던 댓가만큼 귓가도 시끄러울수 있으니...그저 곁에 있는 여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사랑하시길..

잠시 현실세계의 영화로움을 맛보게 한 육관대사의 뜻은 이런것이었을것이다.

과거에 급제하고 임금의 부마가 되고 승상이 되는 권력도 재산도 그리고 사랑도 모두 한갖 꿈같은것을..

속세의 욕망에 급급하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영원한 세계로 귀의하라는 선인의 가르침을 전하고 싶었을것이다.

 

권세있는 집안에 자손으로서 참담한 유배지에 오른 김만중은 잠시라도 현실을 잊고 싶었을것이다.

메어있는 몸뚱아리야 어쩔수 없다지만 생각만큼은 붙잡아 둘수 없는법....가시울타리를 넘고 현실을 넘어

자유로이 날아오르는 꿈을 꾸며 잠깐 살다 갈 인생에 대한 회한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던 구운몽도를 찾아 고단한 일상에 젖은 우리에게 즐거운 안식을 준 저자에게 감사하며

누군가 멋진 화가가 완성된 구운몽도를 만들어 출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김만중이 그렸을 상상속의 세상과 자유로움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수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이 보여주는 환상, 개성, 자유, 조화는 문학예술이 현실에 지친 세상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위로였다.

그 낙관성이 어른들을 동화의 세계로 이끌어 갔고, 지상에 구현된 천국으로 안내했다. 나 또한 안방에다

10첩의 <구운몽도> 병풍을 치고 동화와 안식의 세계에서 쉬고 싶다.' 174p

 

물론 나역시 구운몽도 밑에서 잠시 현실을 잊고 쉬고 싶음을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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