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님이 유일하게 추천하셨다는 이책의 작가 조양희님은 아주 오래전에 '도시락편지'로 나를 부끄럽게..그리고 행복하게 해주었던 분이다. 누구나 부모는 될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제대로 키워내는 부모가 된다는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걸 아이가 커갈수록 절감하게 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데..그런 아이의 모습에 내가 겹쳐져 잔소리에 큰소리에 악다구니 엄마가 된 내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한숨만 나온다. 내가 부족한건 무엇일까? 잘못 키우고 있는건 아닐까? 끊임없이 부모적성검사를 하게 하는 아이의 돌발상황들에 주눅들고 홧병나고...그리고 포기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큰애가 어려서 그녀의 '도시락 편지'를 읽었었다. 지금처럼 메일도 문자도 없던 시절 오롯이 편지지 위에 내손으로 직접 글을 써서 마음을 전달했던 그시절에...그녀는 도시락속에 사랑을 적어 아이들에게 전하는 아주 사소할것 같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사랑의 전달'을 이미 실천 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후 다시 본 그녀의 편지를 보니..늦둥이 아들녀석을 키우면서 아득히 잊고 있었던 그 사랑의 전달방식을 떠올라 그때보다 더 많이 부끄럽고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왜 난 이 사소할것 같지만 누구나 할수 있을것 같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그러나 이미 그 잘못을 깨달았던 기억들을 깨끗이 잊고 살았던 걸까. 짧지만 알토란 같은...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은 이미 충분한 그런 글을 아직도 전하지 못했는가 마구 사랑한다고만 전하지 않는다. 갖고 싶은 욕구를 조절하는법...친구를 진정으로 대하는법.. 건강을 지키기위해 고루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압박성 글도 보이긴 한다. 녀석들 답장도 걸작이다. 스스로 방을 정리하길 바라는 편지에.. '제발 내 방 정리하지 마세요. 내가 숨겨놓은 거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없어졌다구요. 원래대로 해놓으세요. 정말 짜증나요.' 하지 않나.. 글씨는 마음의 표현이니 급하게 글씨를 쓰지말라는 편지에는.. '아빠 글씨 알지? 아빠 글씨 못쓴데 왜 결혼을 했어요? 글씨가 마음의 표현이 아니에요. 내가 글씨를 못쓰는건 아빠나 엄마의 창작품이기 때문이에요. 내탓만 하지 마세요.' 라고 반항한다. 그래도 귀엽다. 일단 서로 소통을 하고 있다는게 중요하니까.. 답장을 못받을망정 나도 편지를 쓰고 싶다. 그저 내가 그순간 만큼은 너를 생각하고 이글을 쓴다는 사실만이라도 진심으로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