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촛불잔치를 벌려보자 촛불잔치야~'하는 노래가 있었다. 그노래가 한창 유행할때만 해도 몇십년후 정말 촛불을 켜고

시청앞광장에서 잔치를 할줄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더구나 기쁨의 잔치가 아닌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무거운 잔치가

될것이라는것은 정말 생각할수 도 없었다. 최루탄이 터지고 눈물콧물 흘려가며 독재타도를 외치던 그 시절을 지나온

나로서는 이제 군사독재도 물러가고 다른나라를 도와줄 만큼 먹고살만 해졌으며 슬슬 나태의 기운이 붙기 시작한

평화의 시대가 왔음에도 이렇게 촛불을 손에들고 아이의 손을 잡고 시청앞을 행진하는 일같은건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먹기 싫은 미친소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상한 현실에 갑자기 '기브미 초코렛'했다는 전쟁후의 가난한 조국이 겹쳐지고

정작 주인인 우리보다 더 토종의 씨앗들을 간직하고 도리어 없어져 가는 토종을 역수입해야 하는 이상한 식민의 시대를

사는것 같아 자존심도 상했던 그런 어느날 이제는 풍요로움에 적당히 타협하고 살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촛불을 켜들고

아직 살아있노라고 외치는 그런 잔치가 시작된 것이다.

 



 

시인으로 시작된 작가의 또다른 면모를 엿보게 한 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소통할줄 알고 몇개국의 언어를 구사할줄

아는 신비의 소녀 지오가 고향인 레인보우를 떠나 자신의 반쪽을 찿아 한국으로 오는것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가장 뜨거웠던

그시간 촛불이 환히 켜졌던 그 광장에서 꽃을 피운다. 카우치 서핑에서 찾아낸 희영과 연우 수아와 태연..모두 그광장에서

뜨겁고도 열렬한 그러면서도 위트가 있는 잔치마당에 뛰어든다.

상계동에서 버려진 개 사과와 고향의 소 보리를 잊지못하고 죽어간 숙자씨...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숨져간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그들을 작가는 애도하고 싶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진실이 없어진것은 아니라는...살아남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것이다.

전경인 아들과 촛불잔치에 참여한 아버지와의 조우...보수신문의 기자와 진보의 아들..우리는 때로 선택의 여지없이 마구

달려드는 부조리한 현실앞에 무릎을 꺽이곤 한다. 하지만 그건 잠시일뿐..이렇게 촛불꽃이 피어나듯 서서히 몸을 일으킬수

밖에 없게된다.

 



 

자신의 반쪽을 찿아낸 지오..지금도 레인보우에서 기분좋은 수영을 즐기고 있겠지.

생물학적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가라앉히고 사랑하는 반쪽과 만날 날을 손꼽고 있을거야.

생계를 위한 직장에 사직서를 던지고 정말 하고 싶었던 글쓰는일을 시작한 희영아. 네 사랑도 네 미래도 촛불처럼

환하게 피어오르길 기도해줄게.

 

'세샹에 어떤 순간에는 침묵만이 말이 되기도 한다'-296p

그래 살아보니 정말 이런순간이 있었어. 그래서 작가의 이 말한마디가 가슴에 길게 남네.

그리고 이제 그광장에서 슬픈 잔치는 없었으면 좋겠어. 정말 신나는 잔치마당이 되기를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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