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양제(一國兩制) 한나라안에 두가지 체제가 존재하는 중국안의 또다른 나라 홍콩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구(舊)와 신(新)이 만나고 자유와 보수가 만나는 아주 독특한 도시이다. 아니 도시라고 하기에는 아쉬울만큼 온세상사람들이 다 모여들만큼 울타리도 넓어서 동화속 네버랜드처럼 환상과 마술이 녹아있는 이상향과도 같은 나라이다. 아편전쟁의 아픔속에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던 과거의 역사가 오히려 독특한 문화를 이끌어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미묘한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긴 하지만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홍콩의 독특한 색깔만은 잃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시간동안 지구곳곳을 둘러본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직업상 여행을 해야하는 사람들조차도 구석구석 여유있게 다른나라를 이렇게 느껴본다는것은 정말 힘든일이다. 주만간산격인 패키지여행의 기회도 많이 갖지 못한 나로서는 이렇게 제동네 골목길마냥 섬세하게 안내해놓은 여행서를 보면 단지 그 도시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이 아닌 사물을 보고 느끼고 찾아내고 제집 안마당처럼 옮겨놓을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사물을 봐도 읽어내는 능력이 남다른 작가의 친절한 안내는 가방을 꾸리고픈 열망에 달뜨게 한다. 다만 볼거리 먹을거리가 지천인 홍콩에서 혹시 뚱뚱해진 여인이 쇼핑에 열중하다가 파산직전에 몰렸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느긋하게 일주일쯤 즐길수 있다면 좋겠지만 4박5일정도의 현실적인 일정으로 이정도면 결코 틈이 보이지 않을것 같다. 베낭하나 달랑메고 나설만큼 이제 체력도 열정도 사그러진 겁많은 여행자인 나에게 치안도 걱정없고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으니 어찌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수 있겠는가. 더구나 저자는 어찌나 꼼꼼하고 알뜰하기까지 한지 호텔에서 무료셔틀버스를 타는 방법에 항공사 할인 쿠폰이용법까지 내 얄팍한 지갑사정까지 챙겨주니 말이다. 향항(香港)이란 이름처럼 이책에서도 아주 독특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것 같다. 맛있는 딤섬의 향기도 즐겨마시는 차의 향기도 그리고 비릿한 바다의 내음도 코끝을 간지르는것 같다. 여자가 행복한 도시...심지어 여자를 섬기는처럼 느껴지는 도시 홍콩에서 뒤늦은 연애라도 시작해보고 싶은것은 혼을 빼앗을만큼 멋있다는 홍콩의 야경만큼이나 강렬한 유혹이 된다. 저자처럼 홍콩사람들의 깊은 정을 느낄만큼의 시간은 가질수 없겠지만 그녀가 안내해준 발맛사지집에서 피곤한 발을 풀어가면서도라도 홍콩을 샅샅이 훓어보고 싶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길치라고 겁먹지 말자. 이책 한권이면 돌아올때즈음 뿌듯한 포만감이 느껴질테니까. 그녀의 예언처럼 나도 이책의 마지막장을 넘길 때즘 당장 홍콩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싶어 한참동안 몸살을 앓아야 할것 같다. 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