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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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내내 한번도 들은적이 없었던 주디 브릿지워터의 '송스 애프터 다크'의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우~

애절한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것 같은 환상에 빠졌었다. 나를 보내지 말라고 애절하게 외치는 루스와 토미와 캐시의

음성이 그대로 전해지는것 같았다. 흡사 영화 '아일랜드'를 연상케하는 인간의 장기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온

존재, 클론들의 사랑과 성...그리고 슬픈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류의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끔찍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명을 위해 숭고한 다른 생명을

희생양을 삼는 비열함에 분노가 느껴진다. 생로병사는 인간이 사는동안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하는 순리임에도

불구하고 영생을 살기위해 불로초를 찾아 헤맸던 진시황처럼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진저리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생명이 다해갈때 이런 방법으로라도 붙잡고 싶어지지 않을수 있는 초연함이

내게 있을까 싶어 비난만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죽음이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공포가 아니겠는가.

자신들의 이런 슬픈운명을 알면서 살아가는 또다른 인간들에게 마치 자신들에게 제공될 몸뚱아리만 있고

영혼은 없는 존재인것처럼...어둔 그림자속에 숨겨놓고 싶은 마음은 차마 자신의 잔인성을 인정할수 없었던

인간들의 비겁한 회피일것이다.

퍼즐을 맞춰나가듯 한조각씩 완성되는 결말부분에 다다를때까지도 헤일셤의 존재는 잘 길들여진 복제인간을

생산하는곳쯤으로 여겼었다. 실제 존재가치도 인정받지 못한 복제인간들에게 그나마 '보호'와 '가치'를 부여해주기

위한 공간이었다는것은...교장이었던 에밀리와 마담에 의해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양심이 지켜졌다는것은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라도 자신들의 학생을 지켜주고 싶었던 순수한 인간들의 마음이 그들에 의해 확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결국 소문으로 들렸던 몇년간의 집행연기-장기기증집행- 같은건 없다는 절망적인 결과가

마음아팠지만 그들의 기억이 시작된 과거의 어느순간부터 내내 떠나지 않았던 의문들이 그렇게 밝혀진것은

무거운 짐하나를 내려놓은것 같은 홀가분함도 있었다.  이성적이고 성실한 캐시가 '헤일셤'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혹 그비슷한 곳을 그리워하는 것도 사실 '고향'같은 헤일셤이 그나마 그들을 보듬어 주던 곳이었다는걸

알았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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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무리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버려진 존재라 하더라도 그들의 세계는 우리와 다를바 없는 숭고한 인격체임을

말하고 싶었을것이다. 아무리 힘으로 눌러도 다른곳에서 솟아오르는 풍선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그런의미에서 기증자들의 죽음과 고독속에서도 간병사의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캐시를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던것이 아니었을까. 난 캐시마저 기증자가 되어 무의미한 죽임을 당할까 내내 조바심이 났다.

왠지 그녀만큼은 끝까지 남아서 '나도 당신들과 똑같이 영혼이 있는 사람이라구요'라고 외쳐주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숙명처럼 죽어가지 말고 적어도 몇명쯤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 당당한 빛의 세계로 나와주기를 바랬었다.

루스와 토미도 성공할뻔하지 않았을까. 무대인 영국의 날씨만큼이나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소재였지만

지금도 어디에선가 비열한 인간들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있을 그들에게도 따뜻한 심장과 심오한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준 저자의 연민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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