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다시 만난 셜록홈즈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버린 나는 늙었고 그는 영원히 죽지않고 건재하다. 책을 읽는 기쁨을 알게해준 셜록홈즈의 작품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작품은 낯설다. 한편 한편 그들의 활약을 보면서도 셜록홈즈와 왓슨박사가 어떻게 만나 친구가 되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나? 이작품을 통해 비로소 첫만남을 알게 되었다니 내가 열렬한 셜록홈즈의 팬이었다는게 무색하기만 하다. 환상의 짝꿍인 그들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결국 첫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이작품은 셜록홈즈작품을 읽기 시작할 독자라면 반드시 처음에 읽어봐야 할 것이다.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책을 놓을수 없게 만드는 홈즈의 추리력과 CSI에서나 느낄수 있는 과학수사력이 그시절에 이렇게 빛나게 발휘될 수 있도록 글을 쓴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한 경외심마저 든다. 150년전 아직 과학수사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이런 치밀한 작품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던 그의 브레인과 복선을 깔아두는 문학적인 소질까지...표지에 새겨진 그의 사진과 이력에 한참동안 시선을 거둘수 없었던 이유이다. 춥고 음산한 런던이 주무대이긴 하지만 가끔은 이웃나라를 넘나드는 스케일도 그의 광활한 지식의 세계와도 닮아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마라'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작품이다. 종교의 극단성이 얼마나 큰 위험이 되는지 그시대에서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자신들의 종교를 깃발처럼 쳐들고 전쟁과 테러를 서슴치 않는 무리들이 있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복수를 위해 원수를 쫓는 한 사나이의 의지에 어찌 손가락질을 할수 있을것인가. 신의 심판을 알기위해 두알약으로 시험하는 장면은 종교를 맹신하는 하찮은 인간들에게 코난 도일이 던지는 하나의 메세지가 아닐까? 결국 복수를 완료한 사나이를 사람들의 재판대에 세우지 않고 평화로운 죽음으로 안식시킨 그의 마음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어찌 이 사나이를 죄인이라 심판할것인가. '논리적인 사람은, 바다를 보거나 폭포 소리를 듣지 않고도 한방울의 물에서 대서양이나 나이아가라 폭포의 가능성을 추리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인생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사슬이 되고, 우리는 그사슬의 일부를 보고 전체를 알수 있는것이다.'32p 관찰은 제2의 천성과도 같다는 홈즈의 말-결국은 저자의 말이겠지만- 처럼 하나의 물방울에서 대서양을 보는 안목을 나도 가지고 싶다. 일일이 보고 듣고 겪고나서야 아차 하는 어리석음을 극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홈즈처럼 명탐정은 아니지언정 인생을 좀 덜 고단하게 살수는 있지 않을까. 다시 돌아온 홈즈에게 열렬히 박수를 보내며 40년전에 나를 열관시켰던 그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