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브러시
최완우 지음 / 리더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여전히 만화가 좋다. 책의 무한한 세계로 나를 이끈 디딤돌이 만화였기도
하거니와 어떤 형식의 에니메이션이든 신간이 나오기를 눈빠지게 기다리며
코묻은 돈을 내밀던 만화방에 들어서던 말랑깽이 소녀를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꺼벙이도 있었고 지금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대작으로 유명한 이원복교수의
만화에 등장한 뚱녀의 고백이 늙어버린 뇌세포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뚱녀야 너는 도대체 하루에 몇끼를 먹는거니?"하고 묻는 친구에게
수줍은 얼굴로 뚱녀가 대답한다. "나는 하루에 세끼밖에 안먹어....근데 떡볶이,순대,
찐빵,과자에...간식을 아주 조금 더 먹을뿐이야.."
이렇듯 아직은 맑았을 그시절에 내머리속을 휘어잡았던 위대한 책은 '만화'였다.
우리세대 역시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만화의 대부분이 일본작품이었을 것이다.
에니메이션의 강국 일본의 만화가 요즘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때처럼 만화방으로 달려가 책을 빌려서는 온가족이 돌아가며 보는 행복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 역시 어찌나 재간둥이던지..얼마전에 눈물꽤나 흘리며
보았던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강풀의 인기작이었다고 하던가.

이책을 다읽고 손에서 놓을때까지 난 도대체 작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수가 없었다.
앞뒤로 소개된 글만 봐서는 도무지 알수가 없고 중성적인 이름을 가진데다가 머리가
찰랑찰랑한 예쁜이가 주인공이니....긴가 민가하고 한참을 보다가 유독 자신의 이상형일듯한
아름다운 여인이 많이 등장하는것을 보고 분명 남자일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내가 더 헷갈릴수 밖에 없었던건 도대체 이런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이가 남자일거란
상상을 할수가 없었기 때문일것이다. 




마치 안개속에 갇힌 숲속을 걷는듯한 몽환의 세계가 펼쳐지다가도 갑자기 웃음이 폭포처럼
터지게 하는 강렬하고도 호쾌한 유머가 펼쳐지기도 한다. 가족들과의 고스톱장면을 보자.
기다리던 똥쌍피를 가족중에 누군가가 냉큼 먹으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뽀너스까지 얹어주고
그만 싸고야 말았다. "솔직히 누가 들었어?" 모두가 포커훼이스를 유지하며 '글쎄...'이다.
"너구나?" 포커훼이스는 커녕 심장이 어찌나 벌렁거리는지 쿵쾅쿵쾅 소리를 내는 주인공에게
던지는 가족들의 한마디....."시끄럽거든....심장튀어나오겠다." 푸하하..압권이다. 정말 재미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 할머니에게 죽음을 알리러 가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돈다.  

 


사각의 창문밖을 바라보며 편리함에 길들여진 자신을 돌아보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뜨끔해져 온다.
흠...이친구 항상 자신을 되돌아 보는 침착함이 있구나..하긴 이런 감성없이 어떻게 이 멋진 그림
에세이를 만들수 있었겠어.
온가족이 돌려가며 봐도 충분한 넉넉함이 있는 에세이다. 삶이 조금씩 힘들어질때..혹은 헐거워질때
다시 책꽂이에서 꺼내봐도 또 새롭게 다가올 책이다. 이친구 자신의 블로그 '스마일 브러시'에
400만명이 다녀갔다니 그의 재능이 부럽고 다음작품이 기다려진다. 책을 내려놓고 그의 블로그에
들어가 봐야겠다. 그사이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해서 기다리기가 힘들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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