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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고 먼저 떠난 사람과 평생 같이 하고 싶었던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낸사람중
누가 더 불행할까....그리고 그만남이 이생의 마지막 이었다고 한다면 혹시 그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면
아직 이곳에 살아남을수 있었을까....운명이란게 있기는 한것일까...
내내 이 물음에서 벗어날수가 없다.
분명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부자인 사람들이 세상을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것이다. 아니 불편함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든든한 빽하나가 뒤에서 삶을 지긋이 밀어주는 큰힘이 될것이다.
그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출발선에서 부터 멀치감치 뒤에서 처져 터덜터덜 걸어야 하는 삶이
너무나 불공평하고 억울하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뛰어봐야 앞서 나간 인간들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일테니까.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185P
그렇다. 우린 서로가 서로의 영혼에게 불을 밝혀주어야 하는 인간일 뿐이다. 제 스스로 빛을 발해서
불을 밝히는 찬란한 전구가 되는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그걸 우리는 알지 못한채 살아가거나
알았다 해도 너무나 빨리 잊어버린다. 그래서 우리 인간들은 너무나 고독하다. 나도 이미 오래전에
그빛을 잃었다. 한때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도 이책을 읽고서야 기억해 냈으니까..
'영원한 장소도 영원한 인간도 없겠지만, 영원한 기억은 있을 수 있겠다' -213P
때로는 영원하지 못할뿐 더러 불완전하기까지한 내가 그 영원한 기억때문에 고통스럽다.
슬프고 아픈 기억일수록 망각의 행운을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실제보다 늘 긴 시간이었다.
'보잘것 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거야. 보잘것 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219P
그래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는 삶이라면 이렇게 내 초라함이 부끄럽지 않을수도 있었을텐데 내가 느끼는
고통과 열등감은 결국 보여지지 위해 세상을 살아왔던 나이기 때문이란걸..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삶과 생활에 경계는 무엇일까. 나는 지금 삶을 사는 것일까 생활하는 것일까. 그의 말처럼 나도 기억에도
가물한 잠시나마 느껴본 삶의 느낌..생활의 느낌이 아닌 진정한 삶과 헤어졌기 때문에 슬픈것은 아닐까..
그런데 나는 과연 잠시라도 꿈틀거리는 진정한 삶을 살아보기는 한것일까. 막막하다.
이책을 읽는내내 나는 그들과 켄터키옛집에서 같이 맥주를 마시고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을 들었고
그들이 걸었던 길을 걸었다. 그를이 살았던 그시간에 나도 분명 그들과 같이 있었다.
그래서 문득 그들이 내가 알았던 사람들이 아니었는지 한참이나 기억속을 헤메였다.
끝까지 예수의 주검을 지켰던 요한처럼 어떤 이유이든 낙오자의 십자가를 진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본 요한은 끝끝내 내곁에 붙들어 두고 싶은 친구이다. 정작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한
주인공보다 더 그를 알만큼 그는 모모의 귀와 심장을 가졌음이 틀림없다. 그것만으로도 치유가 될수 있는
사람...이 내게도 필요하다.
스무살적에 내사랑은 이들처럼 고결하지 못했다. 호프를 홀짝거리고 많이 걸었던 기억은 비슷한데
라흐마니노프도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도 알지 못했다. 나름대로 죽을만큼 치열했던것도같은데
눈오는 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오다 죽어버린 기억이 없기때문만은 아닌데 아직도 그를 떠나보내지
못한 두사람의 에필로그에서 갑자기 무게감이 없어져 버렸다.
떠나지 못한 사람은 죽은것이 아니다. 다 잊고 두사람이 행복하게 살았다. 보다..
-늙어감으로 비로소 평범한 사람들속에 섞이는 시간들이 필요하겠지만-
두사람이 마지막까지 그를 껴안고 살아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가혹한 요구가 될까.
그리고 그때까지 모두 잘지내시기 바랍니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