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되짚어 글을 짓는 다는것은 분명 있었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안개낀 산속을 헤메는 절망감과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학자들의 지탄을 견뎌야 하는 모험을 감내해야 한다. 가뜩이나 김정호의 발자취는 더욱 미미하여 저자의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김정호의 이야기를 쓸수 밖에 없었던 절박함과 애정이 또한 눈물겹다. 아마 글을 짓는 내내 작가 박범신도 조선팔도를 헤메고 짚신을 고쳐신기를 반복하였을것이며 몸뚱이 하나 누일곳 없는 막막함과 반역의 오명에 분을 삭이지 못했을 것이다. 중인의 신분으로 만리재 근처 어디엔가 살았다는 흔적과 몇몇 선비들의 글속에 잠깐씩 언급되어진 것만으로 이렇게 절절한 작품을 완성한 작가의 노력과 열정이 그저 감탄스러울뿐이다. 왜 세상의 모든 위인들은 고난과 핍박을 딛고 일어설수 밖에 없는 것인가. 천재적인 대부분의 예술가의 삶처럼 늘 불행과 가깝고 어깨시린 목숨값을 지불해야 하는가. 하긴 태어난 나라와 시대가 비루먹고 남루한데 그 값을 제대로 쳐줄 안목인들 있었겠는가..하고 혀를 차지만 평생을 길위에서 보냈을 김정호의 삶이 너무나 가엽다. 하늘위에서는 위성이 호시탐탐하고 몇걸음의 거리에도 네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를 누리고 있는 요즘에야 지도의 고마움을 짐작이나 하겠나마는 고작 큰산위에 올라서야 지형이 삼삼하게 보이고 길도 없고 교통편도 없을 그 시절에 오로지 자신의 발과 눈..손만을 가지고 그려나갔을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댓가없이 평생 그일을 해야만 했던 그의 운명이 너무 혹독하다 싶다.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상석에 자리잡고 여린 백성들을 착취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사이에 그래도 몇사람쯤은 비바람 몰아치고 산짐승 우글거리는 큰산위에서 깃발을 붙들고 있었나보다. 독도를 그려넣지 못한 가난함과 궁핍함이 서럽고 전생의 업이었던가 다리저는 자식으로 평생 역마살낀 아비곁을 지켰을 순실이의 터지고 두꺼워진 손등이 떠올라 가슴이 시리다. 종이위에 선 그리고 산 그리면서 그는 행복했을까? 저마다 케케묵은 지도를 꺼내놓고 내땅이네 네땅이네를 논하는 시대가 되고보니 김정호의 그 우둔함이 백성에게 그다지 해준일이 없는 조선의 역사속에서 나중에라도 빛을 발하였으니 어디에서 눈을 감았는지도 모를 그의 주검앞에 조금은 죄를 덜은 느낌이다. 삼장을 높게 달고 곡을 해야만 했던 그의 한(恨)이 하늘위에서는 풀렸을것인가. 아무도 붙들어 주지 못했던 그의 외로움이 그곳에서는 풀렸을것인가. 이제는 길위에서 내려와 혜련스님과 순실과 따뜻한 된장국 마주놓고 앉아 이제는 따순 불때고 시린 어깨를 녹이고 살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