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객의 칼날은 문학동네 플레이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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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오늘, 나는 이 책을 빨리 내게서 떼어내고 싶어졌다.

그냥 온몸이 추웠다. 자객은 왜 그런 길을 선택해야 했을까. 누군가의 명을 빼앗는 일을 짐처럼 짊어지는 삶은 그저 운명이었을 뿐일까. 외롭고 두렵고 어두운 삶이 아니던가.


태어났으니 이름이 있을 법도 하건만 자객을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없다. 하긴 죽어가면서 자신의 이름을 남길 이유가 무엇인가. 어차피 자객으로 남아 천수를 누릴 일도 없건만.

염나라는 재상인 남자는 의심이 많아 잠자리에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곁에는 늘 천이란 칼 잘쓰는 사내를 두었다. 재상은 사실 천수조차 믿지 않았다. 그저 제목숨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니 여자인들 믿었겠는가.


왕이 있고 재상이 있던 시절이었다. 독에 중독된 왕은 쉽게 죽지도 않았고 왕의 자리를 탐내던 재상은 모든 것을 다 가졌으니 굳이 왕의 자리가 필요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은 넘쳤다. 숱한 자객들이 재상이 사는 미궁으로 숨어들어와 목숨을 노렸지만 결국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사라졌다. 인중이 길었던 재상의 수명은 길 것이었다.

재상의 얼굴을 보지 못했던 자객들은 재상의 명을 알지 못했다. 알았더라도 숨어들 수밖에 없었을테지만.


말이 없고 칼을 잘쓰는 자객들도 여지없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천의 칼날이 더 날카로웠기 때문이었을까.

심지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죽어가면서 자신의 얼굴 가죽을 벗겨낸 자객도 있었다.

이러니 온몸이 차게 식을 수밖에. 얼른 떼어놓고 싶을 수밖에. 이런 무서운 얘기를 끌어안고 싶겠는가.


재상과 몸을 나누던 첩들도 혀가 베이거나 목을 맸다. 재상이 유일하게 갖고 싶었던 여자는 사랑하던 남자의 아이를 남기고 목을 맸다. 재상은 그 아이라도 곁에 두고 증오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인이 사랑했던 남자의 대는 끊어야했다. 아이는 환관이 되어 살아남는다.

여인이 사랑했던 남자는 마지막임을 알면서도 재상을 찾아온다. 그리고 비밀 하나를 내어놓고 죽어간다. 이런 반전이라니. 늘 죽음을 불렀던 재상에게 한 방 크게 먹이고 간 셈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던가. 재상은 자신의 이름조차 잊고 있다가 죽어가는 남자에게서 자신의 이름을 듣는다. 재상의 삶에서 한 번이라고 따뜻하게 불려진 적이 있던 이름이었을까.

으스스한 오컬트 소설이라고 해야하려나. 자객의 칼날이 따뜻할리가 없겠지만 오소소 소름이 돋는 스토리에서 예전의 자객에게 무기였던 칼날은 지금 무엇으로 살아남아 사람들을 베고 있을까. '악인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욱 극악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은 세월을 뛰어넘어

짐작도 되지 않게 변신한 자객들의 칼날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현실도 두렵긴 마찬가지겠지만 얼른 현실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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