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왕국 - 식물은 어떻게 문명과 권력을 설계했는가
데이비드 스펜서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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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뿌리를 내린다'라는 말은 이동을 멈추고, 혹은 방황을 멈추고 정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식물은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니던가. 애초부터 이동은 불가능한 존재! 하지만 자신의 후손을 멀리까지 퍼뜨릴 수 있는 능력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동을 하는 살아있는 존재나 바람을 통해서.

이 책을 보니 '저 푸른 초원'위에 평화롭게 살고 있는 식물들의 영악함이 놀랍기만 하다. 진실일까?


지구에 살아있는 생명이 시작된 것은 식물,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균주들이었고 바다에 있던 해조류가 육상으로 올라오면서 식물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동물은 그 이후 아주 짧은 시간안에 생긴 생물체라고 하니 그저 살아있는 존재들에 의해 생존여부가 달렸다고 생각했던 식물의 질긴 생명력이 놀랍다.

저자의 말대로 식물이 없어지면 동물도 사라진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너무 식물의 소중함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인간이 넘쳐나다보니 먹을거리가 귀해지고 식물역시 대량생산이 필요하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생산하는것에만 기대면 벌레가 먹고 균이 먹어서 인간의 입에 오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있음을 코딱지만한 텃밭을 가꾸면서 알게 되었다. 심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벌레들은 어떻게들 알고 와서 그것도 가장 실한 놈들만 골라 먹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서 내 것을 빼앗긴 인간들의 기다림만 안타까운줄 알았다. 하지만 이게 식물들의 지략이었다면? 말이 되나?


실제 식물들이 벌레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이상한 향이나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자기방어를 위한 최선의 전략으로 생각했었는데 심지어 인간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짐작하고 지략을 펼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장미에 가시정도가 아니고 지구상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는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가 아닌가 말이다. 그냥 저자의 짐작 아닐까? 하지만 수많은 연구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으니 믿지 않을 도리도 없다.


개미를 이용해서 자신 이외의 종은 자라지 못하게 한다거나-말하자면 다른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유독한 작은 곤충을 끌어들이는 전략-몇 년전부터 전세계를 위협했던 엄청난 산불이 식물이 유도한 사고였다고? 에이. 그건 아니겠지. 유칼립투스 나무가 자신의 몸에서 생산된 기름을 주변에 퍼뜨려서 산불을 유도한다면 믿어지는가? 사는 공간이 적어지고 자신의 후손이 잘 살아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예쁘게 생긴 버섯을 안심하고 따와 먹다가 중독이 된다거나 예쁜 꽃에서 나온 꽃가루가 인간의 삶을 방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약과였던 것이다.

텃밭을 가꾸다 보면 식물의 연약함 위에 엄청난 생존력이 있음을 알게된다. 어떤 종은 뿌리를 제거해도 아주 조그만 실같은 뿌리조각 하나만으로 다시 종을 이어가기도 한다.

인류가 잘 선별해서 길러온 식물들이 사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런 결론으로 이끌었다는 이론이 무섭기도 하면서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식물이든 인간이든 위기에 처한 것이 맞다.

무차별한 자연의 남용으로 기후위기가 닥친 것이다. 과연 이런 위기에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아마도 인간보다는 식물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을까. 참으로 놀라운 관점에서 식물을 관찰한 보고서이기에 놀라움과 흥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위트와 해학이 이 책을 더 풍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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