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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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노벨수상작들을 보면 좀 난해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강 작가의 노벨수상작은 이슈는 무거웠지만 언어는 깊었고 모국어여서였을까. 이 작품처럼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되고 노벨 문학상 유력후보라는 중국의 여성작가 찬쉐의 이름도, 작품도 처음 접했다. 그동안 읽었던 중국작품들은 확실히 자유로운 나라의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이 작품은 다소 기괴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겅산우와 무산부부와 라오쾅과 쉬루와는 서로 이웃이다. 라오쾅은 쥐가 집안을 뛰어다니고 벌레 투성이인 집에서 금붕어를 키우고 매일 살충제를 뿌리고 살아간다. 그리고 매일 밤 악몽을 꾼다.


중국인들이 청결에는 다소 무심하다는 얘기를 들어선인지 산만한 환경이나 해충에 대해서도 의외로 관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부부는 서로 애틋한 듯 하면서도 대화는 늘 엉뚱하다.

마치 신파극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무엇보다 이웃한 두 집의 부부들의 공통점은 서로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이게 찬쉐가 말하고 싶은 주제인듯 싶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서로 이웃을 감시하는 체계가 있었다. 현대에는 CCTV가 너무 많아 과거보다 더 나를 지켜보는 눈길이 많은 시대인지라 어쩌면 더 위축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심지어 부부의 어머니들도 감시자들이다.

쇠몽둥이를 들고 나타나는 시어머니와 딸부부집을 감시하면서 현관에 쪽지를 붙여두고 가는 엄마의 이야기도 기괴하다. 오이초절임만 먹는 여자, 갈비찜 냄새가 진동하는 집안, 딸네 집에 와서 물건을 훔쳐가는 장인, 그런 장인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사위...


마치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본 듯한 소설이다.

기괴한 무대에서 서로 자신만의 대사를 읊는 배우들을 보는 듯도 해서 왜 저자는 이런 작품을 썼는지 너무 궁금해서 그녀의 이후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쓰인 1980년대의 중국이라면 직설적인 작품보다는 난해함으로 세상밖에 진실을 알리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저자는 여주인공의 몸이 변하면서 죽어가는 장면을 통해 시대의 부조리와 현실의 무자비함을 말하고 싶었던 것같다. 그래서 찬쉐가 늘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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