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던 어린시절 크레파스나 도화지 한 장도 맘편하게 사지 못했었다. 대개 다들 그렇긴했다.
그래도 좀 부유한 집 아이들은 24색, 36색이 들어있는 화려한 크레파스를 가져와 다양한 색감을 뽐내면서 그렸건만 겨우 12색, 그것도 몽당 몽당한 크레파스로 그리려니 신이 날리가 없었다.
유독 잘 떨어지는 색갈의 파스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색만 따로 팔지 않아서 이가 빠진 모양새의 파스를 꺼내놓아야 했다. 그게 참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아마 내가 그림 그리는 일에 소질이 있었다면 지금쯤 저자처럼 화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