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 - 당신의 민원을 보여주세요
최혜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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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자는 어떤 모양일까? 적당한 크기에 안락하고 소박한 모습일까? 아니면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일까. 누군가는 하나일지도 모르겠고 누군가는 하늘끝까지 닿을만큼 여러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읽은 소설 '의자뺏기'에서도 '의자'는 자기가 갖고 싶은 욕망, 가치같은걸 의미했었다.

이 소설에서도 인간이 가진 '욕망'또는 내가 가진 진짜 가치에 대한 의미로 해석된다.

그닥 대단할 것도 없는 스팩을 지닌 앨리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의자 관리국'에 취업하게 된다.

4개 부서로 이루어진 의자 관리국에서는 과연 어떤 의자가 만들어지는지 왜 사람들에게 필요한건지 꼭 알고 싶었다.


꽤 인기있을 것 같은 의자관리국은 의외로 지원하는 사람이 적다. 앨리는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된다. 생산부, 디자인부, 마케팅부, 민원 관리부로 나뉘어진 의자관리국에서의 모든 일은 비밀에 부쳐진다. 어디에나 그렇지만 유독 민원 관리부는 더욱 힘들어보인다. 누군가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앨리는 그 곳에 배치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국 민원 관리국에 배치가 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 직업에 만족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검사인 아버지의 강요로 회사원이 된 상진, 실적을 내고 승진을 하기 위해 소모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작 그것밖에 올라가지 못하냐고 닥달하고 같은 부서의 팀원들도 상진을 왕따시키고 곁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끝없는 위를 향해 쉬지 못하고 달리는 상진을 보고 앨리는 자신만의 처방을 내린다.

그게 민원 관리국에서 하는 일이었다. 과도하게 개입할 수는 없지만 길을 알려주는 일! 어렵다.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체리! 하지만 홀로 남겨진 이후에는 불안과 슬픔에 빠진다.

그런 체리는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친구는 연지뿐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체리는 진짜 자기는 어떤 모습인지,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불안하다.

그런 체리-본명은 강하다-에게도 연지에게도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 있다.

소중하지만 밉기도 하고 혹시나 진짜 나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고 떠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마음.

앨리는 자신이 왜 가장 일하기 힘들다는 민원 관리국에 배치되었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앨리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너답게 살아' 앨리는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작거나 너무 커서 앉을 수 없는 의자위에서 망설이고 있지는 않을까.

혹은 가질 수 없는 의자만 바라보면서 불평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잔잔하지만 따뜻하고 감동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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