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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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식'이라 하면 생물이 다음 세대를 만드는 방식, 혹은 날 것을 먹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이 소설은 첫 번째 뜻인 다음 개체를 이어가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생식의 주체는 마치 불교에서의 윤회방식처럼 한 개체에서 소멸되면 다음 생물에게 이어지면서 살아가는데 그 개체가 인간이기도 했다가 곤충이기도 했다가 지금은 평범해보이는 회사원 서른 두 살의 쇼세이에게 있다.


생물은 거의 다음 세대를 위해 교미를 하거 화분을 날려 종족을 번식시키는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그런 본능을 넘어서 섹스를 하는 존재로 알고 있다.

쇼세이는 전혀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도 없고 경험도 없다. 비밀이 있을 뿐이다.

회사 기숙건물에서 생활하는 다이스케와는 절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쇼세이는 그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었다. 아예 쇼세이는 깊은 사고를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날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가장 평범하다고 믿어지는 공동체에 아무렇지도 않게 섞이는 방법이 가장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동료들은 쇼세이가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왜냐하면 자신의 의견을 너무 많이 드러내면 위험해지니까-

의문문으로 답을 되돌려 주는 방식으로 방어한다. 다들 쇼세이가 모모처럼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고민을 쏟아낸다. 사실 그 순간 쇼세이는 저녁에 먹을 우설을 생각하거나 상상의 세계에서 노닌다.


뭐 동성애자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드러내놓고 커밍아웃하는 것은 좀 그렇다.

더 많은 이성애자들 눈에 그들은 외계인처럼 낯설고 가까이 다가가기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쇼세이는 그게 두렵다. 회사동료이면서 다이스케의 연인인 다쓰야는 사실 자신이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우리 인간도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 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세포가 결합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좀더 우월한 쪽-그게 선택인지는 모르겠다-으로 성이 결정된다고 들었다. 심지어 암수 한몸인 생물도 있다. 다쓰야의 말처럼 그런 성의 결정을 자신이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은 들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게 죽는 것보다는 낫다.

실제 동성애자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비밀을 숨기며 살아가는 거대한 임무를 가장 빨리 끝내는 방법이 그 뿐이기 때문이라는 말에 가슴이 좀 아리다.

암컷이냐 수컷이냐의 결정권이 내가 아니었듯 동성애,이성애의 결정도 내가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동성애를 다룬 문학은 차고 넘치겠지만 생식기가 주체가 되어 인간을 바라보는 소설은 처음인 듯 하다. 주제가 신선하지만 다소 낯설고 몰입이 힘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간이 정해놓은 이상한 정의에 대해 이렇게 대드는 인간, 혹은 문학쯤은 있어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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