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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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많은 반전과 배신이 섞인 소설이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은 어떤 존재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가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여자, 가난하고 비루한 시절을 잊고 신분상승에만 몰두했던 여자의 삶이 사상누각처럼 어리석은 일이었다는 사실이 '인과응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그렇다고 그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도 없다. 수능시험을 치루고 명문대 합격소식을 받아든 현주는 엄마가 집에 새로 들인 아저씨에게서 현금카드를 건네받는다.

보험일을 하던 엄마는 여러 남자를 만나왔지만 그저 이용하려는 남자들 뿐이었고 가장 마지막에 집까지 들어오게한 남자, 이경섭은 딸인 유미와 함께 가족이 되었다. 현주에게는 끝까지 가족이 아니었던 사람들이다.


추레하고 무능하고 한없이 착하게만 보였던 아저씨, 그리고 현주를 쫓아다니며 관심을 받고 싶어하던 유미는 귀찮기만 한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 것일까.

결국 가출신고만 한 채 지내다가 현주는 유미가 다니고 싶어하는 아카데미에 등록을 해주라고 건네준 현금카드를 가로챈 후 서울로 온다. 그 날 현주는 유미에게 5만원을 건네면서 가고싶다는 모임에 가라고 했었다. 자신이 건네받은 5백만원에 비하면 아주 적은 돈이었고 그것으로 유미를 떼내고 싶었다.

신나게 집을 나갔던 유미는 모임장소에서 일어나 화재로 사망하게 된다. 현주는 자신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그 호프집에서 화재가 일어나리라 생각했겠는가.


들고온 5백만원으로 대학입학을 하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졸업을 한후 대기업에 취직까지 했다.

그리고 회사일로 연결이 된 변호사, 석현을 알게되어 연애를 하다가 얼마전 청혼까지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의 전화번호로 온 메시지 하나에 현주의 삶이 흔들린다.

'동생을 죽인 살인자' 오래전 자신이 유미의 일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 누군가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은 되지 않겠냐는 댓글을 봤다. 사실 유미가 죽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현주가 돈을 주면서

그 곳에 가라고는 했지만 죽을 것 예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을 걸 알았더라도 현주는 유미를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유미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니까.


나같아도 혼자 사는 엄마가 무능하고 추레한 남자를 '새아빠'라고 데리고 들어오면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저씨를, 그의 딸 유미를 미워했던 현주를 이해하면서도 유미가 왕따를 당하고 고통받는 것에도 무관심하게 내버려둔 현주의 냉혈함은 너무하다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실종이 살해사건으로 밝혀지고 그동안 믿어왔던 일들이 다 거짓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건 배신이라기 보다는 '댓가'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로지 위만 쳐다보고 살아온 현주가 위장된 자신의 삶과 제대로 맞닥뜨리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보다는 자신이 뿌린 씨앗을 거두는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독한 판단인가.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더 무섭다'라는걸 보여준 소설이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욕망에 충실하다 못해 악을 저지르는 것에 아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지, 누가 가장 인간다운 사람이었는지 되짚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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