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按酒
이효재 지음 / 초비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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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안주에 관심이 많다. 당연히 술에 더 관심이 많고. 그러니 자연주의 효재님의 안주에 술 한잔이 간절해진다. 하긴 요즘 '술 권하는 사회'이다 보니 술을 더 마시는 것 같아 내 간이 불쌍하긴하다.


영상매체에서 효재님을 자주 봤는데 요즘 뜸하다 싶었다. 한복연구가로 알려졌다가 보자기를 너무 예쁘게 예술적으로 매듭짓는 모습에 놀랐고 이후 우리는 상상하지 못할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 효재님의 창조적인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해졌다. 말은 살짝 느리고 고상한 분위기인데 이 책을 보니 위트도 상당하다.


몇 년전에는 여주근처 어디쯤에 살다가 지금은 괴산에서 사는 것 같다. 조금씩 자꾸 산으로 가니 도시에서 만날 일이 드물어질 것도 같다. 그녀가 내놓는 안주는 정말 특별하다. 칡이나, 연잎같은 것을 빼고는 재료도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이고 양념을 보면 더 간단해서 그녀의 안주에 놀란다는 지인들의 반응이 정말일까 의심하게 된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자연에 가깝다는 걸 실감하는 것같다.


섬에서 살다보니 문어는 귀한 식재료가 아니었고 지금도 서울집 냉동고에는 문어 몇 마리쯤 누워있다.

그런데 생물로 손질만 해서 넣어두는 것이 아니고 삶아서 내놓은 다음 아직 얼음이 사각거릴 때 썰어내는 것 같다. 사실 몸통보다 다리가 맛있다고 여겼는데 몸통을 저렇게 면처럼 썰을 생각을 했다는게 놀랍다.

뭐든 사물을 보고 만들고 느끼는 감각이 아주 특별한 사람임을 알게된다.


독한 술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대략 소주 정도로 만취하는 나에게 맛있는 막걸리 몇 종류는 아주 가끔 즐기는 정도다. 하지만 전국에 이렇게 다양한 술들이 있었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술들이어서 주당의 자리를 내놓게 생겼다.

오이 탕탕이란 이름도 몰랐는데 집안 내림 음식이었더라는 얘기는 이미 어려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맛있는 감각을 키워왔다는 뜻이다. 그러니 옷을 짓고 매듭을 묶고 요리를 해내는 것까지도 누가 흉내내지 못할 감각으로 해내는 것일게다.

청천면에 흐르는 강가에 앉아 효재안주를 곁들인 맛있는 술 한잔 하고 싶어진다.

눈으로 먹고 마음으로 먹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그런 안주들이 그립다. 오늘 저녁 그냥 냉장고에 있는 돼지고기나 꺼내 수육이나 만들어봐야겠다. 내 능력은 기껏 이 정도이니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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