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인류
이상희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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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인류를 '위대한 존재'라고 하지 '사소한'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고고학을 전공하고 인류학 교수를 하는 분이 '사소한'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졌고 비슷하게 진화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금의 우리, 내가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살아남아 종족을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왜 저자가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를 하게 되면서 조금 우울해진다.


대학을 다녔지만 그 사회에 대해서, 특히 우리보다 더 우월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교수들의 세상은 잘 알지 못했다. 일단 학문을 하는 전당을 이끄는 사람들이기에 대체로 더 공정하거나 어쩌면 순수할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없애주었다. 역시 인간은 계급사회를 형성하는데 탁월한 존재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 대학은 여성 교수에 대한 편견이 없다'라고 말하는 자체가 이미 그런 편견을 가졌다는 걸 증명한다.

고작 육아휴직 3개월이 비슷한 남자교수들과 6~7년을 뒤처지게 만들었다니 말이 되는가. 하지만 그게 현실이고 수만년의 진화를 거친 위대한 인류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니 '사소한'이 붙었지.


어쩌면 인류를 구했다고 믿어지는 늑대-개로 진화한, 누군가는 늑대와 개의 유전적 차이가 있다고도 하지만-가 더 많은 진화와 계급상승을 누리고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외갓집에서 기르던 쫑쫑이가 아닌 멋진 이름을 붙여주는-요즘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집안의 귀염둥이를 넘어서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집도 그렇다-

누군가가 그러던데 현대의 계급은 개, 어린이, 노인, 그리고 여자, 그 다음이 남자라고.

순서가 한 두개 뒤바뀐다 해도 인류를 먹여살렸다고 믿어지는 사냥꾼 남자는 이제 맨 마지막을 차지하고 있다는데 아직 어딘가에서는 여성들보다 대체로 상전으로 군림하는 모양이다.



인류학 교수가 쓴 책이니 뭐 고루한 인류학이나 고고학이 등장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겠다. 그런 전문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는 하는데 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정도에

민족성에 따라 의미를 많이 줌으로써 명성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이다.

미국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로 보면 멀지 않아 은퇴할 시기가 올 것 같은 인류학 교수의 에세이는 그나마 여성교수로 살아남기 조금 괜찮은 나라에서도 전사로서 살아온 투쟁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편견과 더불어, 임신, 출산, 육아, 가사까지 수만년 전의 여성들이 짊어진 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나도 몇 년전까지 '여류~~'하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썼었다. 하지만 어느 작가가 그랬다던가. 왜 '여류'라는 수식어를 붙이느냐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도 있다. 여의사, 여약사는 왠지 신뢰감이 덜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달려와서 편견을 깨부수고 '여교수''여류'라는 타이틀을 떼어내준 수많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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