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용서가 되겠는가.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버린 인간을.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이제 병들고 늙어서 자식에게 위탁을 하려는 심사도 괘씸하고 새여자와 살겠다고 자신을 버린 남자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순심은 하루만 빨리 용서를 해줬더라면 하는 후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먼저 세상을 버린 전 남편을 위해 절에 들어가 기도하는 생활을 하던 순심은 자신의 삶을 글로 써서 남긴다. 마침 그 절을 찾아오게 된 찬희가 그 글을 읽게 되고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된다.
고된 시집살이로 실어증까지 오게된 찬희. 그런 시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해 괴롭던 찬희에게도 후회의 순간이 닥쳐온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왜 좀더 빨리 결정하지 못했을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미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기고문과도 같다. 미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럼에도 용서를 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정말 쉽지 않다.
한 길도 안된다는 이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중생의 삶인가 싶어 읽는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 역시도 용서하지 못한 일들이 떠올랐다. 혹시 지금의 이 망설임이 또 다른 후회로 남지는 않을까.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