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늦은 용서
최은주 지음 / 북플레이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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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미움이나 증오같은 마음을 품어보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가장 힘든 게 바로 '용서'라는 것도 인생을 이만큼이나 살아보니 깨닫게 된다.

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미워했고 저주했지만 용서했던 적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게 많이 후회스럽지만 너무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용서'라는 것은.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부모밑에 태어나 대접받으며 컸어도 남자 하나 잘못 만나면 인생은 고달퍼진다. 예전 여자의 팔자는 남자에게 달렸던 시절이 있었다.

삼종지도가 뭐라고 한 사람의 인생이 아버지나, 남편, 아들에게 달렸단말인가. 참 한심했던 시절이다.

고명딸이었던 순심이 바리바리 혼수를 해서 시집을 갔건만 몇 년만에 이혼을 당하고 친정에 쫓겨온다.


5년 만에 친정나들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던 남편이 오빠에게 전해주라고 손에 쥐어준 편지에는 이혼장과 위자료격의 땅문서가 들어있었다.

순심은 자신이 이혼을 당하는 것조차 모른 채 친정에 오게 된 것이다.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겼고 이미 아이까지 들어섰다고 했다. 순심이 남편의 마음에 들어갈 곳이 없었다. 더구나 아들인 진섭이까지 빼앗아 갔으니 순심의 한은 깊기만 했을 것이다.

50여년의 세월이 흘러 친아들인 진섭이 자신을 모시러 왔다. 같이 살던 오라비가 자식네와 합치기로 했으니 갈 곳이 없었다. 망설이다가 진섭의 집으로 들어간 순심에게 또 다른 불행이 닥치고 있었다.


이미 남이 되어버린 진섭의 아버지, 전남편이 진섭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진섭이와는 배가 다른 동생들이 이제는 큰 형이 아버지를 모셔야하지 않겠냐면서 진섭이에게 아버지를 떠맡긴 것이다. 진섭의 집에 전처가 들어온 것을 모른 채 같은 집에 살게 된 진섭의 아버지는 순심의 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지만 순심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떻게 용서가 되겠는가. 한 여자의 일생을 망쳐버린 인간을.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다가 이제 병들고 늙어서 자식에게 위탁을 하려는 심사도 괘씸하고 새여자와 살겠다고 자신을 버린 남자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순심은 하루만 빨리 용서를 해줬더라면 하는 후회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먼저 세상을 버린 전 남편을 위해 절에 들어가 기도하는 생활을 하던 순심은 자신의 삶을 글로 써서 남긴다. 마침 그 절을 찾아오게 된 찬희가 그 글을 읽게 되고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된다.

고된 시집살이로 실어증까지 오게된 찬희. 그런 시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해 괴롭던 찬희에게도 후회의 순간이 닥쳐온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왜 좀더 빨리 결정하지 못했을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미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결국 자기고문과도 같다. 미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그럼에도 용서를 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정말 쉽지 않다.

한 길도 안된다는 이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은 중생의 삶인가 싶어 읽는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나 역시도 용서하지 못한 일들이 떠올랐다. 혹시 지금의 이 망설임이 또 다른 후회로 남지는 않을까.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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