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할 기적은 무한하기에
이하진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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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가 희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도대체 인류가 뭘했다고 창창한 미래를 바라는걸까? 그동안 우주의 한조각 푸른 빛의 별에서 행했던 무지막지한 이기심이 지금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이 지구의 운명은 예측보다 빨리 절단날 것 같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여름이 이렇지 않았다.

탄소중립이 어쩌구 하는 얘기도 이미 물건너갔다. 이 단편소설집 마지막 편에 지구 멸망의 위기에 처한 인류가 그랬듯이 미친듯이 써제끼고 스스로에게 제사를 지내듯 마지막 파티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중력을 잃어가는 지구라. 마치 달나라처럼 사람이 둥둥떠다니는 지구를 상상하니 놀이동산이라도 온 것 같지 않을까. 그래도 땅에 지지대를 잘 박은 건물이라면 버티겠지. 그리고 우주복을 입는다면 인간도 버티겠지. 하지만 농사는? 인간이 먹어야 할 동물들은? 결국 땅에 버티지 못하는 현실이 온다면 인간도 사라질 것이다.


나는 3차원이외의 차원이 있다고 믿는다. 그 차원을 드나들며 시간여행을 하는 인간도 있다고 믿는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찾지 못하는 그 비밀스런 공간을 넘나드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면 멋지지 않은가. 그 공간은 지구상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 저 어딘가에도

닿을 수 있는 틈이 있다고 믿는건 꿈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그나마 상상력이라도 갖게 해주니 난 그렇게 믿기로 한다. 그런 공간을 오가며 시신을 치우는 '시체 청소부'라는 신종 직업이 등장하는건 으스스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암담하게 예측하는 사람들을 부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지 말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을 뿐이 아닌가?

그래도 마지막 희망이나마 붙잡아 보겠다는 앙탈같기만 하다.

마지막 편의 신인류의 등장 같은건 아마 가능할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악착같고 나름 머리가 좋은 종이지 않은가. 자신들이 멸해도 존재감을 드러내줄 뭔가를 분명 남겨놓을 것이다.

그래서 인류가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알려야 멸망해도 조금 덜 억울하다고 여길테니까.

하지만 인류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자신들의 소멸로 증명한다는 것은 알고 갔으려나.

그냥 좀 우울해진다. 정말 오랫만에 에어컨을 끌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오늘 저녁, 인류가 만든 발명품중 그나마 최상이라고 생각되는 술을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지구는 병들었고 아마 소생이 불가능할 것이다. 내 아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당연히 2세도 낳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나는 전혀 아쉽지 않다. 미래가 보이니까.

혹시라도 이 소설이 그냥 소설로만 존재하는 상상일 뿐이라고 여기는 아직은 희망을 붙들고 있는 인류중에 자신의 희망을 증명해줄 히어로가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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