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혹시 이 책을 쓴 다와다 요코라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 하더라도 좀 생소하게 다가올 것 같다.

제목으로 보면 영혼이 없는 작가-귀신이 쓴?-그런 소설류가 아닐까 짐작했었다.


연작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러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여정이 담겨있기도 하고 독일에서의 삶이 가장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주로 독일어에 대한 고찰이 등장하는데 나처럼 독일어에 문외한인 독자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잠시 어리둥절 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독일인이 아닌 이방인이기에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은 일갈들!


'시베리아로 오는 기차안에서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뜻이 무엇일까.

영혼은 자유로와서 비행기보다 빠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작가가 영혼에게 독립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는 것이 놀라웠다.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평소에는 신체에 깃들어 있다가 어떤 이유로 잠시 떠나기도 하고 나중에 죽음이 찾아오면 영원히 떠나는 존재가 아니던가. 작가의 인식대로라면 평소에도, 특히 여행중에, 빠른 교통편을 타는 순간이 오면 달아나는, 사라지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다.

아주 특이한 발상이다.


그나마 어느 한 꼭지에 있었던 '외로움은 영혼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어머니는 외로움의 영혼이다' 단어의 배열이 바뀌면 완전히 달라지는 이 말을 한참을 보았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고, 그 외로움은 영혼의 어머니라는 말은 문학적이기에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표현은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외로운 영혼을 지닌 존재라는 뜻일까. 어렵다.


언어에는 민족의 특징, 감성, 정체성들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얼핏 친절해보이는 일본인들이 사실은 폐쇄적이고 자신들의 언어에 대해 불가침의 성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한다.

모국어는 당연히 그들의 소유물이어야 한다. 심지어 말의 주인보다 더 잘 구사하는 이방인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 소유물이 이방인들에 의해 '정복'되는 것에는 거부감, 불안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방어벽이 생기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언어를 정복한다는 생각은 쓸데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다른 나라의 언어를 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다는 욕망을 떨칠 수가 없다. 당연한 욕망아닌가.

그냥 이상한 기차를 타고 신비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저자가 분명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낯설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