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자꾸 늘어가는 내가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공의 맛에 도취되었고 입에 단 음식에 매료되었고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았고 그저 약으로 땜빵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절어왔으니 이 책이 매처럼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슬쩍 나도 시골병원에 가서 기능의학 처방을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스럽다. 사실 갈 필요도 없다. 여기 이 책에 처방이 다 나와있다.
다만 난 소심하고, 그닥 오래살고 싶은 욕망도 없고-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기는 하다-
맛있는 가공식품을 멀리할 자신도 없고 특히 요즘 같은 날 운동하겠다고 나섰다가 더위먹어서 쓰러질 것이라고 변명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 날이 시원해지면 이 변명도 안통하겠네.
읽으면 읽을 수록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다. 건강하게 오래, 약없이 살 수 있는 그야말로 천상의 비법을 알려주는 이 책이 왜 나는 무섭지.
일단 나처럼 무지한 환자가 꼭 읽어야겠지만 의료를 책임지는 사람들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혹시 타성에 젖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너무 정곡을 짚어내는 동료에게 부끄러워 슬쩍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발 자기점검을 하기에 이처럼 좋은 처방전이 없다.
실례로 내과의사의 역류성위염에 대해 나와있지 않은가. 의외로 의사들이 자신의 몸에 무심할지도 모른다. 저자처럼 운동 열심히 하고 식탁혁명 열심히 하고 관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이 나에게로 온 이유는 어쩌면 고혈압, 고지혈약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