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환자들이 시골 병원으로 오십니다 - 〈내과의사 사이먼〉의 기능의학 처방전
오기창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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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고혈압약과 고지혈약을 먹고 있는지 어느새 10년이 넘었고 당연한 일인줄 알고 살아가고 있는데 일단 그 약을 먹게 된 원인을 짚어주고 약을 끊을 수 있다는 비법을 전수하는 의사가 믿음직스러우면서도 원망스럽다.


내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병을 키워왔다는데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아마도 절제없는 식습관이나 운동을 하지 않고 술을 즐겨왔던 행동들이 고혈압과 고지혈을 불러왔다는데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엎지러진 물을 쓸어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었지만 희망은 있단다.

문제는 그 비법을 듣는 순간 절망감이 밀려온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살라고? 가능한가?


의사와 오랫동안 일을 해온 나로서는 고지능집단, 사회의 리더격인 사람들이 의외로 이기적이고 나눔을 실천하기 어렵다고 알고 있다. 받는 것에 익숙하고 지식을 나누는데는 인색하다.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이 경험해왔고 임상을 가진 노련한 의사가 자신의 비법을 아낌없이 나눈다는 데에서 존경의 마음과 함께 아마 다른 의사들 상당수는 못마땅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100%!

실제 의과 공부를 하면서 쌓아온 지식에 근거한 이론이 맞기도 했겠지만 실제 환자를 진료하면서 임상을 증명해낸 것들은 과학적이겠지만 일반 의사들은 모르거나 알면서도 기존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기를 들고 싶거나 심정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싶을 거란 예측이 맞을 것이다.


일단 저자는 모든 병의 원인이 식탁, 운동, 수면에서 비롯되었고 그 치유법도 그 곳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식탁혁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에 200% 공감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식탁혁명을 하려면 목초를 먹고 자란 고기와 우유를 찾아내야하고 마트에 진열된 거의 모든 음식재료는 쓰레기로 전락해야한다. 먹을 것이 없다. 그러니 절망스럽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탄수화물 사랑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을 늘여야한다고 것도 알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현미밥을 지어 냉장실에 넣었다가 데워서 먹는 것까지는 가능하겠다.

하지만 사료를 먹지 않은 고기와 우유, 비료를 주지않은 야채까지 등장해야 한다면 귀농을 해서 텃밭을 직접 가꾸고 소나 돼지, 닭까지 키워야 할 판이다.


약이 자꾸 늘어가는 내가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공의 맛에 도취되었고 입에 단 음식에 매료되었고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았고 그저 약으로 땜빵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절어왔으니 이 책이 매처럼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슬쩍 나도 시골병원에 가서 기능의학 처방을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스럽다. 사실 갈 필요도 없다. 여기 이 책에 처방이 다 나와있다.

다만 난 소심하고, 그닥 오래살고 싶은 욕망도 없고-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기는 하다-

맛있는 가공식품을 멀리할 자신도 없고 특히 요즘 같은 날 운동하겠다고 나섰다가 더위먹어서 쓰러질 것이라고 변명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 날이 시원해지면 이 변명도 안통하겠네.

읽으면 읽을 수록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다. 건강하게 오래, 약없이 살 수 있는 그야말로 천상의 비법을 알려주는 이 책이 왜 나는 무섭지.

일단 나처럼 무지한 환자가 꼭 읽어야겠지만 의료를 책임지는 사람들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혹시 타성에 젖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너무 정곡을 짚어내는 동료에게 부끄러워 슬쩍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발 자기점검을 하기에 이처럼 좋은 처방전이 없다.

실례로 내과의사의 역류성위염에 대해 나와있지 않은가. 의외로 의사들이 자신의 몸에 무심할지도 모른다. 저자처럼 운동 열심히 하고 식탁혁명 열심히 하고 관리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이 나에게로 온 이유는 어쩌면 고혈압, 고지혈약을 끊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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