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 멸종, 공존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임정은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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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넓은 평원에 살고 호랑이는 산이나, 숲에 사는 동물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숲에 살지 않는다니, 요즘은 동물원에 더 많이 산다는 뜻일까. 읽다보니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했다. 숲은 더 이상 호랑이가 살도록 평화롭지도 않았고 최적의 서식지도 아니었다.


살다보면 이런 생각이든다. 인간이 이 세상에 나온 것은 각기 자기의 할 몫이 있다고.

누군가는 타인의 삶을 이끌기도 하고 살상하기도 하고 여기 저자처럼 사라지는 종을 위해 살기도 하는. 그래서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세상이 돌아가게 하는 마지막 불꽃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생명공학을 전공했다고 했나? 갑자기 보건생물학으로 전환한 것은 바로 운명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죽어가는 어떤 종들을 위한 신의 계획같이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선택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국립 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가 있는 영양에 불길이 번지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펙터클하면서도 머리가 쭈볏 서는 것 같았다. 아 만약 그 곳까지 불이 번졌다면 어떤 불행이 벌어졌을지 아찔했다.


호랑이를 따라 중국으로 라오스로 떠난 여정은 호랑이보다 먼저 사람부터 친해져야 하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영어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친해지려고 애쓰는 장면은 참 인간관계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비싼 사향을 얻기위해 설치된 카메라를 부수면서까지 사향노루를 사냥하는 인간들의 폭력과 야만에 동물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저렸다.


동물이 없어지면 인간도 사라질 것이란게 내 생각이다. 동물원에 가야만 봐야 하는 종이 늘어날 수록 그만큼 인간이 사는 영역도 피폐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보전 생물학자'로서의 사명감으로 묵묵히 길을 걸어온 저자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덕분에 아직 살아있는 생명이 분명 더 많아졌다고, 그래서 아직 살만한 세상이 조금쯤은 더 이어지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호랑이가 다시 숲으로 돌아오는 기적은 이루어지 않을 것 같지만. 언젠가 호랑이가 영원히 사라지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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