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뼈 여성 작가 스릴러 시리즈 1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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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극명하게 대비되는 제목이라니....하지만 미스터리와 스릴러와 추리물을 보면 환장하는 난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 느꼈다. 이건 대물이야!

그리고 난 참 아주 괜찮은 독자라는 것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왜냐구? 초반부터 도대체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인지 마지막장을 열어보지 않는 인내심을 끝까지 발휘했으니까 대견스럽다.

나 자신이! 마치 아끼던 빵을 테두리부터 조금씩 갉아먹어가면서 중심의 앙금을 향해가듯 나는 그 마지막의 달콤함을 위해 충분히 인내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17년 전 당시 열 여섯이었던 테시는 뼈무더기 속에서 발견된다. 다들 죽은 줄 알았을만큼 처참한 모습이었고 주변에는 블랙 아이드 수잔이 지천이었다. 그게 뭐냐고? 너무 아름다운 꽃.

말하자면 테시는 꽃과 뼈사이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될 테사의 삶이 이 극적인 상황과 너무도 닮아서 운명의 신이 교묘하게 설치해놓은 덫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살아남은 테시는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해보자는 아버지의 배려로 상담을 하지만 절대 그에게 굴복한 생각은 없다. 오히려 유일한 친구인 리디아가 그보다 훨씬 낫다.

리디아는 테시 자신보다 더 테시를 잘 알았고 아버지 보다 더 보호자같은 친구였다. 그리고 리디아는 너무 똑똑하고 전투적이어서 테시가 일부러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호화로운 밥상을 차려주었다.


테시는 자신과 함께 발견된 뼈의 주인공들에게 '수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사이 테시는 미혼의 상태에서 딸 찰리를 출산했고 남자는 멀리 중동에서 군복무를 했고 양육비는 꼬박꼬박 잘 오고 있었다. '수잔'의 아이들을 죽인 범인으로 지목되어 형을 살고 있는 테렐을 위해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낼 시간이 올 것이란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테시를 가만히 두지 않는 사람들은 많았다. 기자들, 테러리스트같은 이웃들, 하지만 테렐을 위해 재심을 하겠다는 변호사와 법의학자라니.


자신의 증언으로 인해 테렐은 사형수가 되었다. 텍사스주는 여전히 사형제도가 유지되었고 이제 테렐은 사형을 면하기에는 너무 늦어보인다.

테시는 왜 테렐을 위해 나서야한다고 생각했을까. 막연히 진범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걸까.

난 30여페이지를 남겨두고서야 희미하게 진짜 범인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심리스릴러에 열광하고 찾아 읽는 독자라면 이쯤에서 진범을 유추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조차 저자는 알고 있었다는 듯 진짜 덫을 놓았다는걸...그래서 당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런 소설을 만날 때마다 바둑이나 장기를 둔다는 생각으로 무장을 한다.

대체로 승리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참담하게 패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줄리아 히벌린의 이름을 일기장에 써두고 재무장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에 등장해서 나를 엿먹인 인물도 일기장이 아주 중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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