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었던 순간들이 한 두번이 아니었음에도 단테의 신곡에서 나오는 문장때문에 도저히 행동에 옮길 수가 없었다. 지옥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는 너무도 큰 죄라고 했기에.
우리는 살아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다.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 보다 더 어렵고.
그럼에도 한 번뿐임 삶이기에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다잡아보는 것이리라.
지금까지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지만 '까다롭지도 너그럽지도 않게'라는 말은 나에게 불가능이다. 직선적이고 다혈질에다 솔직함까지 있으니 속마음을 숨기고 너그러운 척하지 못한다.
까다로운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 부끄럽다.
하지만 여전히 고치지 못하고, 앞으로도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잠시 이 책으로 나를 다듬고 지나온 시간들을 대입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안에서 들끓던 불안과 미움과 후회가 잠시 가라앉는 듯 잔잔해지는 느낌이다.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