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이묵돌 지음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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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인걸까? 신일까? 이런 물음은 인류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던져진 숙제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지만 여전히 답은 '모른다'.

누군가는 인간만이 사랑을 한다고도 했고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한다고도 말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고. 여기 이 소설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치열한 사랑이 펼쳐진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이 소설의 1부는 민진이, 나중에는 도연이라고 불리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채 수녀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에 버려져 '민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아이.

그러다가 자폐아 아들을 돌보기 위한 양녀로 입양되어 키워지던 소녀는 열 여섯이 되던 해, 그나마 평범 비슷한 것처럼 보이는 삶조차 다시 균열이 시작된다.

그녀를 입양시켜 키워주던 양모는 자살했고 양부를 파산했다. 자폐아인 오빠와 가난하고 할 일 없어진 양부를 돌보는건 이제 민진이었다.


그냥 이런 운명도 있겠구나 하고 넘기기엔 화가 났다. 도대체 이렇게 막돼먹은 운명은 좀 너무하잖아.

사라진 친구 도연의 이름으로 살게된 여자는 남자들을 전전하면서 오로지 죽기위해 삶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없어지고 죽음은 다가오지 않은 어느 날 그녀의 삶에 들어온 남자, 해도! 막연히 길가에 앉아있던 도연을 데려다가 2년을 함께 살았던 남자! 아무 요구도, 욕망도 느껴지 않았던 유일한 남자. 하지만 해도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한다. 아니 명령한다.

짐을 싸갖고 나가버린 해도를 기다리던 도연은 결국 그의 집에서 떠나게 되고 더 암울한 시간으로 들어간다.



파란만장, 우여곡절, 죽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떠난 크루즈여행에서 만난 남자를 꼬셔 새로운 삶을 꿈꾸었던 도연은 결혼전 떠나 잠시 머물렀던 폴란드의 조그만 도시 루블린 공항에서 해도와 해후한다. 우연이었을까?

2부는 도연에게 떠나달라고 말했던 해도의 이야기이다.

이제부터 해도의 여정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라 독자들은 안전띠를 단단히 매고 따라붙어야 한다.

해도가 시간여행자? 내가 좋아하는 주제이긴 한데 너무 뜬금없고 수 십번 다시 환생하는 그의 시간여행이 지루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를 놓을 수 없는 것은 그가 사랑했던 도연을 찾기위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타임슬립은 참 흥미로운 스토리일 수밖에 없다. 나 역시 그 시간속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갈망한 상상이기에 망설임없이 빠져들곤 했었다.

사실 도연은 몰랐지만 생각보다 해도가 그녀를 너무 사랑했었다는 사실은 읽는 우리만 아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다. 왜 우연히 루블린 공항이라는 엉뚱하고도 전혀 마주칠 일이 없는 곳에서 다시 만났었는지.

도연의 행방을 알려준 지석이란 인물을 보면서 해도는 저렇게 좋은 성품을 지닌 사람이 불행한 죽음을 맞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 평온한 삶을 깰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치열한 사랑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신이 그랬기 때문이다.

억울했고 화가났고 중반부터는 도대체 작가가 나를 어디까지 끌고갈 생각인지 알고 싶어져서 두터운 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결국 해도의 사랑은 해피엔딩이었던걸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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