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는 우리가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8년 열렸다고 한다.
우리 오마니가 1936년생이니 오마니가 서너살쯤이었을 것이도 당연히 기억에는 없을 시간들이겠다. 이 책은 바로 그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 담았다.
그 시대에는 어린이들은 있었을 것이고 본국에서 온 아이들과 식민지의 아이들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아주 잘 그려져있다.
어제가 마침 광복 80주년을 맞은 날이어서 이 책이 더 뜻깊게 다가왔다. 고향을 떠나 가난한 식민국의 아이들과 함께 성장했던 일본아이들의 삶도 무척 궁금했었다. 이 대회에 학무국장상을 수상한 '수업료'라는 작품은 후에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는데 부모는 장사를 한다고 어디론가 떠났고 늙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은 매번 수업료때문에 고민이다.
여기저기 빌리기도 하고 결국 학우들의 모금으로 해결했다는 내용이 감동적이다.
아마 그 학동들은 거의 이 세상사람이 아니겠지만 정치의 색을 떠나 같은 학우를 위해 선뜻 모금을 해주었다는 것을 보면 아이들의 세상은 전혀 선이 그어지지 않았었다. 그저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망이 그려낸 것일뿐.
당시의 조선인들은 일본인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 일을 하거나 머슴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다행히 좋은 사이로 지내면서 서로에게 자신의 나라말도 가르쳐주는 장면은 평화스러워보이기까지 한다.
아이들이 소먹이를 주거나 닭이나 돼지를 키우는 장면, 팔러가는 이야기들이 영화처럼 생생하다.
확실히 놀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에 동물들은 아이들의 절친이었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의 풍경이나 피를 나눈 형제들의 죽음을 바라보는 슬픈 눈같은 것도 떠오른다.
전국에서 글좀 쓴다는 아이들의 수상작이라 그런지 글의 격이 아주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낯섬이나 거부감도 없이 그저 천진의 눈으로 보는 세상도 아름답지 아니한가.
어찌보면 조선말, 근대교육이 전무하던 시절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학제며 여러가지 체제들이 일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제법 괜찮은 제도들이 들어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80년도 훨씬 지난 시간을 살았던 어린아이들의 글을 이렇게 세상밖으로 내놓았다는 것도 참 이채롭다. 일본과 조선의 관계만 아니라면 그저 천진하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만 보였을텐데 부조리와 차별을 드러내는 글에서는 형편없는 어른들의 폭력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어린아이들의 마음이 애처롭다. 참 귀한 글들을 만났다. 확실히 글은 시대가 변해도 남아서 그 시간과 기억들을 전하는 강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