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글쓰기 - 고도원의 인생작법
고도원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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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잘 쓰는건 쉽지 않다.

글쓰기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훈련을 하면 좋아질 수 있겠지만 맛깔스런 글쓰기가 훈련만 통하면 다 되는 것일까?


'고도원'하면 '아침 편지'부터 떠오른다.

편지형식의 이 글은 좋은 글귀를 매일 전달하는데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이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일단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어린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사연을 보면 떡잎부터 남달랐다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그 어린 아이가 사전을 읽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글쓰기 재능부터 머리까지 아예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태어난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잘 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슬쩍 부추겨서 없던 용기도 생길 것처럼 하더니 읽으면 읽을 수록 산넘어 산이 아닌가.

책을 많이 읽고-요건 그냥 읽으면 되니까 할 수 있겠다-

좋은 글귀가 있거나 생각이 떠오르면 무조건 적어라-이 것도 조금 부지런하면 할 수 있겠다-

진심과 진실을 다하는 글을 써라-이건 능력치에 따라 다르겠다, 나는 진심을 다해, 진실을 쓰겠지만 상대방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만큼의 글쓰기가 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집에는 아주 작은 영어사전과 국어사전이 있다. 큰 사전은 걸거쳐서 버렸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사전이 필요하랴. 싶었다. 이런 마인드를 가졌으니 애저녁에 글 잘쓰기는 틀렸다. 성경을 두 번 읽었다는 사람보다 사전을 다 읽어봤다는 사람이 더 존경스럽고 부럽다.

그게 재미있다면 무섭기까지 하다. '뿌리깊은 나무'를 거쳐 기자를 거쳐 대통령연설문까지 써온 사람의 훈련을 어찌 따라잡겠는가.



거기에 간도 살짝하고 치장도 조금하고 치고 빠지는 기법까지 더하라고 하면 나는 이제 자포자기의 상태에 이른다. 최인호처럼 고등학생일 때 등단하는 것은 이미 글렀고 박완서선생님처럼 마흔에 도전하는 것도 오래전 지나쳤으니 76세에 처음 그림을 그렸다는 모지스 할머니같은 기회가 있으려나.

것도 세상은 보고 느끼는 오감에 육감에 십감을 더하는 재능이라고 타고났다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쩝.

누구든 글쓰기 잘하라고 써주신 길잡이 글인데 이것마저 재미있으면 이건 반칙이다.

나처럼 비루한 재능을 가진 독자라면 기죽이기 딱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이런 조언집에도 기승전결과 반전과 스릴까지 있으면 그냥 무릎을 꿇을까. 아니면 한 번 다시 주먹을 쥐고 달려들어봐?

글도 자란다는 말이 참 좋다. 익어간다는 말이 그리 좋더니 이제 너무 푹 익어서 쉴 날이 멀지 않았지만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글을 쓸지도 모르잖아? 하는 꼬드김이 싫지 않으니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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