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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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 100세 할머니가 운영하는 약국이 있다고?

믿기 힘든 얘기지만 사실이었다. 더구나 너무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는 멋진 약국이라니.

도쿄 이타바시구에 포렴이 늘어진 히로마 약국은 전쟁직후 모든 것이 불타 없어진 터에 저자의 아버지가 세운 약국이었다.



80년이 된 약국에 100세 할머니 약사라니 드라마나 소설에서나 만날법한 장면이 아닐까.

정정하다고는 하지만 100세라면 꼿꼿하게 걸어다니는 일도 쉽지 않을텐데 제일 먼저 출근하고 직접 조제에 상담까지 해낸다고 하니 타고난 건강체질이 분명하다.



몇 년전부터는 '어머니 날'이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한다니 그저 처방받아 오는 손님들만 상대하는 오래된 약국이 아니라 가고싶은 약국인 셈이다.

그런 약국이 된 이유중에는 할머니의 소통방법이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100년 이라는 시간을 살아왔으니 삶의 지혜가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전쟁도 겪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험도 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주는 지혜와 해법이 그녀의 약국을 더 특별하게 만든 것 같다.



'울어도 웃어도,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뿐입니다'라는 말이 가슴을 두드린다.

누군가는 포기하고 싶은 삶이었고 실제 포기한 삶도 있겠지만 할머니에게 이 말을 들었더라면 단 한번뿐인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은퇴한 나 역시 남은 40년을 다시 시작해봐도 좋겠다는 의욕이 밀려온다.



아마도 100세 할머니 약사는 죽기 직전까지 약국에서 일할 것 같다.

그녀의 말처럼 젊었을 때와는 달라서 10분만에 하던 일이 30분이나 걸리겠지만 그런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는 일은 쉽지 않다. 공평하지 않은 삶에 불만일 때도 많다. 내가 못난 것 같아서 자책할 때도 많다. 그럴 때, 할머니가 전하는 이 말이 너무 위로가 된다.

'먼저 스스로를 용서하세요. 내가 나의 편이 되어 고마워! 고생했어! 대단해! 할 수 있어!'

이렇게 나를 다독거리다 보면 정말 내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겠는가.

연륜은 그냥 생기는게 아니다. 조금 멀지만 100세 할머니가 있다는 도쿄에 히로마 약국에 가서 파스를 붙여달라고 하고 싶다. 아픈 어깨도 마음도 싹 풀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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