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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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도 나이가 있다면 인간의 나이로 환산 했을 때 중년은 넘어선 것일까.

알수없다. 지구의 나이가 몇 십억년이 넘었다는데 인간처럼 수명이 정해진 것도 아니니 지구의 수명, 나이는 알 수가 없다. 오래되긴 했을 것이어서 어린나이는 아닐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해본다.



최근에 나온 미래소설을 보면 대체로 암울하다. 분명 과거에 비해 더 발달된 것들에 의해 편리를 누리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멸망이 온다든가 AI의 간섭이 선을 넘어서 인간을 지배한다든가

암튼 숱하게 봐온 미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끔찍하다.

여기 소설에 등장하는-저자의 말을 빌려오자면 가까운 미래-미래의 모습 역시 암울하다.



다행스럽달까 오늘도 폭염에 시달리는 지구처럼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같은 것은 없다.

다만 지금 진행중인 노화된 국가, 사회에 대한 모습이 그려져 가뜩이나 베이붐세대인 나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65세면 지하철을 무료로 탄다고 해서 먼 남의 일이 될줄 알았더니 어느새 코앞이다. 나는 박완서작가처럼 절대 공짜 지하철표를 얻어 무임승차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지만 가장 늙어버린 사회의 원인인 노인세대 폭증의 한가운데 들어와버리고 말았다.

인간이 늘 꿈꿔왔던 이상향, 유토피아라고도 하고 샹그릴라라고도 표현되는 그런 곳이

생겼다. 쓰레기섬이었던 시카모어섬이 환골탈태한 것이다.

카밀리아 레드너라는 여자가 버려진 섬을 사들여 변신시켰다. 그리고 부자 시니어들을

불러모아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상향을 만들었다. 35세 이하의 청년 60%와 세계의

슈퍼 리치 시니어 30%로 이루어진 유토리아, 그 곳이 시카모어섬이다.



곧 서른이 되는 나라의 꿈은 시카모어섬에 입도하는 것이다.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시카모어섬에 들어가 주민이 되어 보는 것.

섬의 주민이 되는게 꿈일 정도로 시카모어에서의 삶은 모든 인간들의 이상향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알바를 전전하면서 비용을 지불하고 가상의 시카모어섬을 여행하는게 고작이다.

시카모어섬을 설계한 카밀리아라는 여자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거의 없다.

하지만 약간의 정보로 알아낸 그녀의 모습에서 나라는 오래전 헤어진 민아이모를 떠올린다.

갑자기 사라진 이모가,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어 돈벼락을 맞았다는 이모가 어쩌면 섬을 사들여 유토피아를 건설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키웠다.



시카모어섬을 제외하고 현실에서의 인간들은 등급을 나눈 구역에서 살아간다.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돈이다. 시카모어섬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은 유닛 A구역, 그 다음 B구역...가장 마지막 구역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재산의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겨우 잠이나 재워주고 밥이나 주면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고 그마저도 제공할 능력이 되지 않으면 제약회사의 실험용 쥐가 되어 사라져야 한다.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상담사로 모든 유닛을 체험하게 되면 시카모어 직원 채용에 유리하다는 정보를 얻게 된 나라는 모든 등급의 유닛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유닛에서 사라졌던 민아이모를 만나게 된다. 이모는 시카모어섬에 있어야 하는게 아니었나?

미래에서도 삶의 질의 잣대는 자본, 돈이 되는 모양이다.

이제는 늙은 몸을 지닌 노인들은 모아놓은 재산에 따라 등급별로 나뉘어 살게된다는 설정이 가슴아프다. 아마도 나는 중간정도의 등급은 가능하지 않을까. 괜히 내가 소설에 자꾸 들어가게 된다.

소설이 소설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예감때문에 나라처럼 응달에 들어선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본성이 너무 리얼해지지 않은 누군가는 제정신을 차리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뭔가를 해주지 않을까. 괜히 기대를 가져본다. 그래야만 늙어가는 시간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년이 이렇게 서글프게 전개되는 미래로 가는 길이라면 민아이모처럼 스스로 우아한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자살이 정당화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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