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통해 자연은 그동안 자신이 아버지를 너무 몰랐었다는 후회감이 밀려든다.
장남으로 태어나 온갖 책임만을 강요받았던 아버지. 자신처럼 작가의 꿈이 있었다는 사실도 가장으로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 버텼다는 사실도.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 이혼도 해야했고 특히 맏딸인 자연과도 불화하고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외로움을.
다소 긴 호흡을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소설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아버지를 구하려고 다시 자개장에 들어가는 자연의 시간여행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연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지라는 의문으로 책을 덮기도 어렵다. 우리는 핏줄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강요받기도 하고 상대를 잘 안다고, 나를 이해해줄거란 기대도 하지만 정작 무심한 경우가 너무 많다.
나도 불화했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오래전 세상을 떠났고 아주 오래오래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 시간속에 자연의 아버지처럼 고단하고 외로웠던 시간들이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으면 후회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