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자개장
박주원 지음 / 그롱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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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타임슬립이 등장하는 소설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냥 소설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분명 현대의 어디에선가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거라고 믿는다.

그래야만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난 시간여행자가 있다고 믿는다.



마흔을 코앞에 둔 작가 지망생 자연은 벌써 십년 넘게 신춘문예 도전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간간히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백수신세다. 동생 서연은 국어교사로 일하고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인 택연은 장애를 지닌 아이여서 자연이 돌보고 있다. 서연의 아이들 돌본다고 서초동에서 지내는 엄마는 주말에만 양평집으로 온다. 자연의 방이 그나마 큰 편이라 오래된 자개장에게

방 한쪽을 내어주고 지내던 자연은 우연히 자개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던 날, 그 전으로 돌아가게 된 자연은 어떻게든 죽어가는 아버지를 구해보려 한다.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은 아버지를 어떤 시간으로 돌아가야 구할 수 있으려나. 아예 술을 먹지 않았던 시절? 담배를 피지 않았던 시간이면

되려나. 계속되는 시간여행으로 미리 안 정보를 이용해 복권당첨도 하고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이식을 하는 상황에도 도전하지만 번번히 아버지를 구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그런 시간여행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한 남자! 이 모든 시간여행의 비밀을 쥔 남자에게 질문을 하고 싶지만 한 번의 만남에 한 번의 질문만 허락된단다. 묻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까를 물어볼까. 자신이 작가로서 성공하냐고 물어볼까.

시간여행이 거듭될 수록 자연은 점점 더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게 되고 머무르는 시간은 짧아진다.

조급해지는 자연. 벌써 4년 째 연락조차 끊었던 아버지를 왜 그렇게 구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시간여행을 통해 자연은 그동안 자신이 아버지를 너무 몰랐었다는 후회감이 밀려든다.

장남으로 태어나 온갖 책임만을 강요받았던 아버지. 자신처럼 작가의 꿈이 있었다는 사실도 가장으로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 버텼다는 사실도.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 이혼도 해야했고 특히 맏딸인 자연과도 불화하고 살아야 했던 아버지의 외로움을.

다소 긴 호흡을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할 소설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아버지를 구하려고 다시 자개장에 들어가는 자연의 시간여행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연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지라는 의문으로 책을 덮기도 어렵다. 우리는 핏줄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강요받기도 하고 상대를 잘 안다고, 나를 이해해줄거란 기대도 하지만 정작 무심한 경우가 너무 많다.

나도 불화했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오래전 세상을 떠났고 아주 오래오래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 시간속에 자연의 아버지처럼 고단하고 외로웠던 시간들이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으면 후회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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