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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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중에 '화요일에 비가내리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화요일이고 비 대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끼어있다. 대략 다섯 번의 화요일이 지나면 계절의 반 정도가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까 겨울의 반 정도가 지나가고 있는 화요일을 모티브로 10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이다.

10편의 소설들은 대체로 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불륜을 미화시키며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이란 단어에도 금기기 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바람난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딸 폴라를 키우는 서점주인 미첼은 직원 케이트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용기가 없다. 아내의 불륜이 그의 용기를 꺽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열 두살 딸의 눈치가 부담스러워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겨울의 어느 날 라자냐가 지글거리며 끓고 있는 식탁에서의 풍경에 조금의 희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뭐 어느나라에선가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을 인정해주고 받아들이기도 한다지만 금단의 열매를 딴 아담과 이브처럼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아가며 살아가야 할 동성애자들. 혹은 이성애자들. 가끔은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구별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섹스를 통해 확인해보려고 하지만 명확하게 느껴지는 않는 그런 애매함.

특히 그럴수록 상대에게 자신은 강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려고 하는 것은 용기보다는 자기애의 발현쯤이 아닐까.


젖먹이 아이를 키우면서 어렵게 글을 쓰는 여자-아마도 작가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갑자기 나타난 남성은 그녀의 글을 보녀 빨간펜으로 하나하나 지적질을 시작하는데...

이 단편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온 대사는 '용서에는 경계가 없는 거에요'였다. 경계가 있는 용서라면 그건 결국 용서가 아닐테니까.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스페인에서 교사생활을 했다는 작가의 글들은 조금쯤 무거움을 지니고 있다. 마치 잔뜩 안개가 끼고 쌀쌀한 영국의 겨울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열 한살에 부모가 이혼하고 열 네명의 이복형제를 얻게 되었다는 작가의 굴곡있는 개인사가 이런 단편모음에도 담겨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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