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울한 날에는 쇼핑을 하게 될까 - 베테랑 PD의 쇼핑 심리 에세이
김정수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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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이런 날이면 전을 부쳐 막걸리를 한 잔 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굳이 쇼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좀 우울한 날에는 화려한 백화점같은데 가서 쇼핑까지는 아니더라도 눈팅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살 여유는 없지만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되는 것 같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홈쇼핑 PD라면 뭔가 구성이나 대본같은게 섬세하긴 할 것 같다.

무엇보다 20년 이상 쇼핑을 담당해오면서 구매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더구나 이 심리는 구매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에도 거의 적용이 되는 것 같았다.


요즘 가장 많이 꽂히는 명언이 바로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다.

도대체 이 또라이들은 어디가나 그만큼씩 꼭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일이 힘들다기 보다는 인간관계가 더 힘들어 그만두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말 리더를, 동료를, 선배를, 후배를 잘 만나야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라이 총량의 법칙이라는게 발목을 잡는다. 리더의 자격도 없으면서 자리만 지키는 인간, 느려터진 후배,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전가하는 더러운 인간.



이런 인간들의 속성을 쇼핑 세계에 빗대어 풀어놓는 능력이 탁월한 저자이다.

특히 어디가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심리, 전화의 기능을 넘어서 독서도 하고 뉴스검색도하고 은행일도 보고 도무지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스마트폰의 기능에 푹 빠진 현대인들의 불안감을 새로운 소통으로 인식하고 달래고 해소하는 풍경은 저자의 말마따나 쓸쓸해지기도 한다.



저자도 좋은 학교를 나와 안정된 사회생활을 해왔지만 요즘의 사회생활의 조건은 학벌이 아니라는 의견에 동감하게 된다. 맛집 사장은 수십년 요리를 하면서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독립하기를 원했겠지만 결국 아버지의 뒤를 이어 요리를 한다거나 기능사들의 자식들 역시 부모의 길을 따라 3D업종에서 함께 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대학이 성공의 코스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시절이 바뀌었다. 차라리 일찌감치 재능을 알아서 기능을 숙달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현명하지 않은가.

뭐든 20년 이상 길을 걷다 숙성에 이르면 달인이 되고 현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쇼핑의 현장에서 숙달된 경험치가 이렇게 멋진 심리학 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저자 자신이 달란트가 특별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유쾌한 쇼핑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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