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 - 강세형의 산책 일기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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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매일 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휴일에 푹 쉬고 싶은 사람정도나 하루 이틀 집콕을 할때만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

세상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운 마음으로 읽었다.


자발적 히키코모리는 많다고 들었다. 사회부적응자가 대부분이고 일종의 정신적인 병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하지만 여기 저자는 억지 히키코모리라고나 할까.

일단 베체트라는 병을 앓게 된 것이 원인이기도 했지만 학교를 다닐 때에도 직장을 다닐 때에도 집에서 지내는 일을 더 좋아했다고 했다. 더 편하게 느껴져서 그랬다니 것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원체 병약한 체질로 태어나 운동에는 소질도 관심도 없는데다 병까지 걸려 더욱 밖에 나가는 일이 겁났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운 것을 못먹는 것이 아니고 신 것을 못먹는다니. 쌀 알레르기가 있다니 도대체 뭘 먹고 살아가란 소리일까. 우린 때로 남의 불행을 보면서 내가 행복하구나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쌀밥과 신김치가 누구에겐가 그림의 떡이 되기도 하니까.

그런 저자가 현관문을 삐죽이 열고 나올 결심을 한건 주변인들의 조언이 한몫을 한 것 같다.

그저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일이 엄청난 결심이 필요한 일이라니.


그렇게 살살 읽다보니 어허라 이 저자분 우리 동네 주민이었네.

큰공원이라함은 꼭대기 동네에 두 구에 걸쳐있는 그 공원일 듯 하고 작은 공원은 그 아래로 내려가는 중간 어디쯤에 있는 아파트 단지내 공원같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네가 있는 지하철역을 지나면 저자가 새로 발견했단 산책로 청계천과 성북천이 만나는 곳이다. 고양이 집을 지어주고 관리해준다는 성동구청에서 걸어놓은 현수막까지 등장하는 걸 보니 만난적도 없는 이웃인데 엄청 반갑다. 성동구 살기 좋아요!!



노점옆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 할머니 두분에다 몇 년만에야 자신의 가게에 진짜 간판을 붙였다는 야채가게에 지금은 사라진 떡볶이 가게, 하지만 붕어빵집은 다행히 살아남은 듯하고...

그녀가 걷는 골목길이 그대로 살아난다. 마치 내가 걷기 좋은 신발을 신고 그 골목길, 전통시장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았던 사람들의 모습, 비둘기, 고양이, 반려견, 오리....

찬찬히 걷다보면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서 내가 신도시보다 이렇게 오래된 동네를 좋아하는 것같다.

팔에 근육이 붙을 만큼 건강해졌다니 내가 다 행복해진다.

작가답게, 산책의 시간들을 이렇게 기록해왔다는 것도 멋지다. 현관문을 열고 걸을 결심을 하니 책이 나왔네.

우리 언제 한번 동네 미팅 한 번 합시다. 나도 스피츠 한 녀석 데리고 산책 자주 나가는데 혹시 눈이 부리부리하고 푹 퍼진 아줌마가 유독 까칠해보이는 스피츠랑 걷고 있거들랑 말좀 붙여주시오. 그게 가능할랑가는 모르겠고.

작은 몸에 붙었다는 근육만큼 마음에도 잘 살아내려는 근육같은게 잘 붙어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를일이다.

여전히 현관문을 매일 열고 나오는 삶이 계속되는지, 하필 이 책에 기록된 마지막 날의 딱 일년 후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도 인연은 아니었을까. 잘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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