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꿈이 뭐였지? 기억이 안난다. 가난했고 외로웠고 힘들었는데 그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은데 딱히 꿈이라고 생각한 미래를 그려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그저 꿈없이 그럭저럭 겨우 살아낸 인생일 뿐이란 뜻인가.


모리사와 아키오를 생각하면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여행도 하고 글도 쓰고, 만난적은 없지만 꽤나 유쾌한 사람이 아닐까 짐작해왔다. 물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일본작가이다. 그의 책에는 꿈, 위로, 감동같은 것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서른 중반의 나오미.

시부모님이 하던 공장일을 맡아하는 남편은 점차 몸이 안좋아져 고생중이고 경기도 좋지않아

사업도 시통치 않다. 결국 나오미는 옷을 유통하는 곳에서 알바를 한다.

여고동창 이오리는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를 만나 우아한 삶을 살고 있고 가끔 나오미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나오미가 보기에 이오리는 삶에 여유가 있고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이오리를 만나는 날은 자신의 삶이 초라해지고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오리는 '수요일 우체국'이 있다고 말하면서 나오미에게도 써보라고 권한다.

이오리를 은근 질투하던 나오미는 매일 화를 풀어 쓰던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어려서 가졌던 제빵사의 꿈을 실제 이룬 것처럼 쓴 편지를 수요일의 우체국으로 보낸다.

서른 세살 이마이는 문구를 기획, 판매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일러스트나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소심했던 이마이는 자신의 재능이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자격지심에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직장 동료였던 고누마는 얼마 후 자신이 꿈꾸던 일러스트가 되기 위해 퇴사를 했고 아직 수입은 변변치 않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애인과의 결혼을 앞둔 이마이로서는 미래가 불분명한 일러스트로 전화하기가 두려웠다.

고누마에게서 알게된 '수요일 우체국'으로 편지를 쓰게된 이마이.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보리라는 다짐을 한다.

실제 존재하는 '수요일 우체국'에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아내를 잃은 어부 켄은 어린 딸을 홀로키우며 수요일 우체국에서 일을 한다. 변변치않은 수입이지만 켄은 이 일을 좋아한다.

고등학생이 된 딸이 일러스트가 꿈이고 도쿄로 진학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며 고민하게 된다.

학비를 대줄 능력은 부족하지만, 홀로 남아 살아간다는게 두렵지만 딸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그런 켄에게 나오미와 이마이의 편지가 도착하고 켄은 두 사람의 편지를 바꾸어 보내준다.

삶은 참 짧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가기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흔에 이른 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할 때 사실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없이 한다' 그리고 삶은 싫은 일을 하기엔 너무 짧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었다. 바로 이 말이 작가인 모리사와가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제 선택을 배신하지 않는 멋진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