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스파이 전쟁 - 간첩, 공작원, 인간 병기로 불린 첩보원들의 세계
고대훈.김민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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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허리가 잘린 한반도는 각가 이념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통치자도 다름에도 한 민족이다.

하지만 거의 8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민족의 동질성은 서서히 변하고 완전히 다른 민족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시절 반공방첩에 대한 교육은 엄격했었다. 휴전선이 가까운 편이 아닌 우리동네에서도 북한 선전물인 삐라가 발견되고 어디에선가 무장공비가 내려와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었다. 이북 출신인 부모님은 그런 뉴스를 보면서 가슴아파했었고

7.4남북공동선언이후 통일은 아닐지라도 가족끼리 만남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통일은 길은 여전히 멀고 그 사이 기억에 가물했던 '간첩'이란 단어가 사실 여전히 실제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대남공작원을 양성하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을 나온 김동식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낙점을 당해 10년을 넘게 간첩훈련을 받은 스파이였다.

당시에는 아직 김일성이 살아있던 시절이었고 남한의 정치상황은 불안하기만 했다.

인간병기로 훈련받은 간첩들이 너무 쉽게 남한을 들락거리는 시절이었다니 정말 믿기 힘들다.

김동식이 처음 남파되었을 때의 루트를 보면 산둥반도를 따라 서해, 남해로 내려와 제주도 근처에

상륙한다. 이후 많은 간첩들이 이 루트를 이용했었고 이후 뉴스보도를 보면 부산다대포나 강원도

해변, '사랑의 불시착'처럼 휴전선근처어디에도 루트가 존재하리라 짐작된다.



거친 북한말투를 남한말투로 고치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나 노래까지 섭렵하는 훈련과정을

보니 기가 막힐 정도이다. 더구나 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런 훈련을 시킨 교관들이 남한에서

납치되어 간 사람이나 월북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자진월북한 사람들이야

그렇다고 치고 고기를 잡다 억울하게 잡혀간 수많은 어부들의 삶을 생각하면 울분이 치솟는다.

그렇게 내려온 남한에서 의외로 잘 적응하고 심지어 포섭대상인 사람들을 만나도 신고조차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니 당시 남한의 정치상황이 엉망이었다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김동식과는 다른 블랙요원으로 활동한 정구왕의 기구한 삶을 보니 가슴이 저려온다.

단동근처에서 사업가로 위장하여 활동하던 정구왕이 납치되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건만

남한에 돌아와서도 차라리 죽었더라면 하는 푸대접을 받는 장면은 울분을 넘어 슬픔까지 느껴진다.

그의 말처럼 '군인이었으니까, 조국에 충성하는건 당연하다'고 지금까지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온

그의 삶이 얼마나 가없은지 그에게 조국은 배신의 상징일 뿐이다.

할머니 이선실의 존재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제주출신으로 그토록 철저한 신념으로 평생 북한의

스파이로서 살아온 그녀에게 묻고 싶어진다. 당신의 삶은 위대했냐고. 행복했냐고.

엊그제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다'던 남파간첩 출신 김신조목사의 소천이 있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아 자신의 수명대로 살다간 그가 만약 남한에서 태어났더라면 드라마틱한 삶이

달라졌을까. 대통령이 파면되는 엉망진창의 한국에 아마도 수많은 간첩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블랙요원들도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테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스파이들의 삶을 보니 누구의 선택이었든 가혹한 운명속의 주인공인 것

같아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남은 삶이라도 긴장없이 두려움없이 행복하게 누릴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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