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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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구순이 낼 모레인 엄마는 젊어서 그리 총기가 좋았다. 자존심도 강했고 잠시도 집에 있지 못하고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인가 우울증 증세가 시작되고 경도치매진단을

받았다.


100세시대에 65세라고 하면 아직 청춘(?)이다. 내가 65세라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부터 부쩍 세월에 장사가 없구나 싶게 여기저기 고장난 곳이 느껴진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이 아프고 눈도 침침해지고 마흔 중반부터 먹기 시작한 고혈압에 고지혈약을 더해 요즘에는 당뇨전단계라는 진단이 나와서 당뇨에 좋다는 건강식품까지 챙겨먹게 되었다. 정말 당뇨병까지는 가지 말아햐 하는데...



일단 이 에세이에 등장하는 65세 엄마는 오래전부터 암진단을 받고 수술도 여러번 받은 상황이었다. 수술후유증이었을까. 암이 뇌까지 전이가 되었던 것일까. 치매증상이 나오면서

뇌종양진단을 받는다. 아마도 뇌의 이상으로 치매증상이 온게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든 섬망이나 망상같은 증세가 나오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인 듯 싶어 안타까웠다.

죽는건 순서가 없다지만 죽음으로 가기까지의 질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필 코로나팬데믹 시절이라 병원 진료자체가 어려웠던 현실을 더해서 그야말로 전쟁같은 병원투쟁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속상했다. 나도 몇 번의 수술을 겪고 입원을 경험하면서 병원 진료진이나 직원들의 불친절함을 넘어서 오만함에 질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이하고 상관없이 '선생님'이라고 떠받들어 주니 세상이 다 자기 발밑에 있다고 여기는 것인가.

함부로 반말이라니...더구나 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고 그런 환자를 돌봐야하는 힘든 보호자들이 아닌가. 제발 수술만 잘하려고 하지말고 인성부터 정비하자. 그래놓고 의대생 늘리는건 싫다며.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둔 오미실여사를 그나마 살뜰하게 돌봤던 것은 딸인 저자였다.

내가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느낀 것은 환자를 돌보는 자식들이 대부분 딸이라는 것이었다.

아들이나 며느리는 그냥 손님이었다. 간병인이나 붙여주고 가끔 얼굴이나 들이미는.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헤매고 진찰을 위해 병원을 뺑뺑돌고 불친절한 병원하고 싸워야 하는 현실에서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창문넘어 탈출하다가 큰일이라도 당했으면 자식에게 대못을 박는 일이었을텐데 정성이 하늘에 통했던지, 병원들의 폭력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오미실여사는 일상을 되찾았다고 한다. 다 살았다.

저자의 말마따나 실버세대의 폭발적 증가로 의료비의 증가도 문제이지만 요즘 자식들이 누가 저자처럼 알뜰하게 부모를 챙길 수 있을까. 저자의 남편처럼 자신의 부모는 절대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큰소리칠 수 없는 현실이다. 읽는 내내 동갑 오미실여사에서 내모습이 겹쳐져서 불안하고 겁나고 화가났었다. 그래도 직시해야 할 현실임을 안다.

제발 나는 자식들 고생시키지 말고 곱게 딱 한달만 병원에 있다가 죽어야 할텐데.

간밤에 죽어버리면 더 좋겠지만 남은 자식들 말에 의하면 그런 죽음도 너무 힘들단다.

자식들과 이별할 시간정도는 주고 가야 아쉬움이 덜하다니 큰일이다. 오는 것도 옵션이 없더만 가는 것도 옵션이 없다. 쩝. 미션이라도 잘 완수하고 떠나야 할텐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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