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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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동네마다 병원과 약국이 많은 나라가 또 있으려나.

하지만 대부분의 약국들은 늦은 저녁무렵이면 문을 닫는다. 드물게 24시간 문을 여는 약국도 있지만 아예 일몰후에 문을 열고 일출때에 문을 닫는 약국을 본 적이 있는가.



약국의 약사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보호라니...아무리 자연보호 캠페인으로 도배되던 시절에 태어났다고 해도 연년생 언니를 자연, 동생을 보호라고 짓다니 그 부모님도 참 대단하다 싶다.

몸이 약한 언니를 돌보며 이름처럼 보호자같은 시간을 보낸 자매였지만 언니는 자연이 선택한 H동 약국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언니의 죽음이후 자연은 햇살을 맞이하는 삶을 포기하고 낮에는 약국 2층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다가 해가 진 후에야 약국문을 열고 살아온지 12년째이다.

해를 보고 아무렇지도 살아야 한다는 일이 버거웠기 때문일까. 밤에만 여는 약국에 누가 찾아올까 싶지만 의외로 밤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스트레스로 고행하는 회사원부터 새벽에 퇴근하는 술집여자에 가출한 청소년까지.

배우의 꿈을 키우며 알바까지 하는 청년은 심심하면 몸을 다쳐 보호의 잔소리를 달고산다. 한밤중에 응급실을 가면 치료비가 비싸 약국으로 오는 사람들.




혹시 새벽 첫차를 타본적이 있는가? 그 첫차를 매일 타는 사람들 대부분은 빌딩 청소를 하거나 노동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호의 약국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삶을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보육원에서 자라 스스로 독립을 해야하는 청년, 감독을 꿈꾸며 잠도 쫓아내고 밤새 시나리오를 쓰는 예비작가, 남자들의 술시중을 들며 매일 술에 취하는 여자...

보호는 그들을 맞으며 따뜻한 격려보다는 오히려 차가운 눈빛을 던진다. 스스로 견뎌야 하는 길이라는듯.




보호는 언니가 죽은 그 순간부터 자신의 삶도 죽었다고 여겼지만 보호를 지켜보는 눈길들은 많았다. 어디로 향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약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길까지 처방하는 야간 약국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리고 말았다.

흔들리지만 버티고 살아가는 수많은 인생들에 이야기에, 그리고 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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