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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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라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희망퇴직'이 IMF때나 있었던 얘기가 아니었나. 하긴 경기가 좋지 않으니 여기 고대리가 근무하던 회사처럼 월급 많이 받으면서 그닥 중요하지 않는 인사를 내치는게 자본주의의 속성이 아니던가.



그러게 좀 준비를 하고 살지. 영원한 직장이 있을 줄 알았어? 찌질한 고대리의 삶을 보면서 울화증이 치밀어 올랐다. 500명의 명함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일단 짤리면 그동안 친밀하게 굴던 인간들도 등을 돌리는 세상이라는 걸, 영원하지 않은 본캐말고 부캐라도 하나 발굴해놓던지..왜 내가 화가나는걸까.



하루아침에 실업가가 아닌 실업자가 되어 도서관으로 극장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짠 하면서도 '내 남편'이 아닌게 감사했다. 더구나 고대리의 아내는 전직 스튜어디스로 미모에 착한 심성까지 겸비한 여자였으니 복도 많지.

그래도 낮잠이나 자려고 드나들던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알게되고 글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자신도 몰랐던 글솜씨를 발견했으니 불행중 다행이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면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도 이웃인 분리수거남을 만난것 또한 행운이다. 전혀 도움도 되지 않을 보조일을 하는데도 따박따박 일당을 챙겨주지 않았는가.




나는 이 소설이 실화가 아닐까 의심해본다. 경험해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생생한 현장들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작년 말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도배일을 배워보겠다고 나선 딸내미가 떠올라 자꾸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막판에 등장한 고대리의 아내가 쓴 글을 보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런 멋진 아내를 만났으니 최고의 복을 만났다는게 위안이 되었다.

딸! 일당 7만원을 받는다고 7만원짜리 인생은 아니란다. 여기 찌질한 고대리도 정신차리고 제길을 찾았잖아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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