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씨아저씨네, 차별 없는 과일가게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2
공석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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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여동생이 사들고온 한라봉이 식탁 가장자리에서 말라가다 결국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집어넣게 되었다. 귀하고 비싼 과일을 버릴 정도로 잘사는 집도 아니건만 그만큼 과일은 이상하게 먹게 되지를 않는다. 그래서인지 시장을 가도 과일전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편이다.

이 책의 저자 입장에서보면 나같은 사람이 많지 않기를 바랄 것 같다.



좋은 대학을 나와 오래 직장생활을 하던 저자가 뜬금없이 과일장사를 시작했다는 것부터가 남다른 선택이었다. 그쪽 유통쪽을 잘 아는 편이었던 것 같지도 않다.

'누구네 야채가게'니 '과일가게'니 해서 꽤 유명세를 탔던 젊은 장사꾼들도 있다.

마케팅쪽으로는 타고난 젊은이들인데다 근면하고 친절했던 점들이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공씨아저씨네 과일집은 열어놓은 날보다 닫아놓는 날이 더 많은 이상한 과일가게이다.



몇 년전부터 사과값의 상승이 만만치 않아서 사과를 좋아하던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인다는 뉴스가 등장했다. 그저 한 해의 문제이려거니 했지만 저자의 염려대로 이제 과일도 '제철'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대구근처가 사과의 특산지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강원도까지 재배지역이 올라갔다고 한다. 한마디로 기후변화로 인해 과일재배지의 지도가 달라진 것이다.

거기에다 때이르거나 때늦은 더위, 폭우, 잦은 태풍등으로 과일생산에 어려움이 더해졌다.



15년 전쯤 한가한 삶이 그리워 섬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는 내가 꿈꿨던 것중 하나가 텃밭농사였다.

조그만 텃밭에 우리 가족이 먹을 소량의 야채를 키워내는 일을 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정말 손바닥만한 텃밭농사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유기농이니, 저농약이니 하는

농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농부의 수고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농약을 쓰지 않는 흙에는 굼뱅이들이 신나게 고구마며 감자같은 것을 맛있게 파먹고 어느 집 텃밭에 갔더니 약을 안쓰더라는 소문이 퍼졌는지 사방에서 이름모를 벌레들이 몰려와 먹방을 펼치곤한다.

이제는 아예 너도 먹고 남으면 내가 먹지 하는 맘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농사가 주업인 농부라면 얼마나 속터질 일일까.



기후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땅도 바다도 먹거리가 흉년이다.

저자가 지적한대로 마구잡이로 환경을 망친 댓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셈이다.

과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싶을만큼 공씨아저씨네 과일집의 변화무쌍한 이야기가 조금 두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과일도 유행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리뷰를 쓰면서 이 사진만큼은 꼭 올리고 싶었다. 대저토마토일까 싶은 저 토마토를 손에 올린 농부의 손에 자꾸 시선이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코딱지만한 텃밭에서 풀을 뽑고 수확한 것들을

정리하다 보면 손톱밑에 흙이 들어가게 되고 며칠을 찝찝하게 보내게 된다.

하지만 농한기가 따로 없는 시절을 사는 농부들의 손은 바로 저렇게 않겠는가.

과일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성좋은 농부들과의 관계를 더 생각했다는 멋진 과일가게 아저씨의 시간들을 만나면서 그저 과일장수의 일기가 아닌 삶의 철학, 인간사이의 소통, 환경문제, 미래의 먹거리까지 정말 많은 분야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거래를 하던 농부 네 분이 세상을 떠났다는데 왜 두분은 스스로 삶을 마감했었을까.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마도 공씨아저씨네 과일가게로 돈을 벌어 건물을 사기는 틀렸지 싶다.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이런 과일가게아저씨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기적인 걸까.

세상에는 아직 공씨처럼 아름답고 멋진 고집장이들이 있어 살아갈만 한 곳이 유지되는게 아닐까.

감사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땀흘려 땅과 씨름하는 모든 농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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