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김문주 옮김, 박재연 감수 / Pensel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여행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닿지 못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평범한 나도 이럴진대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들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문학거장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이 살았던 시대는 여행이 자유롭거나 쉬운 시절이 아니었다.

사생아이면서 못생긴 것으로 유명한 안데르센이 덴마크를 떠나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치며 상당히 행복했던 것같다. 여행후 그의 작품에는 그가 닿았던 곳의 풍경이 담겨있다고 한다.

작가들에게 여행은 영감을 주는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추리소설의 거장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에는 정말 열차가 자주 등장한다.

당시 여행에 가장 많이 이용되었던 교통수단이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고 남편의 불륜으로 상심했던 아가사 크리스티는 한동안 사라졌던 사건이 있었는데 아마도 여행을 떠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후에 작품으로 등장한 오리엔탈 특급을 타고 말이다.



오리엔탈 특급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는 좀 다른 노선인 듯 한데 당시로는 서양과 동양을 잇는 최장노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착역을 보면 세계적인 도시들이었고 작가인 아가사에게 이 노선은 환상적인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후에 전쟁이 터지면서 이 노선이 사라졌다는데 아가사는 항공기 여행은 역겨운 일상이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하긴 비행기 여행은 왠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배나 기차여행에 비해서는.



때로는 헤르멘 헤세처럼 꿈에 그리던 곳을 여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생한 작품도 있다. 위대한 작가로 명성이 높았고 부와 명예를 다 가진 헤세였지만 더운 날씨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해 동남 아시아 여행은 끔찍했다고 한다.

결국 인도로 향하던 헤세는 스리랑카정도에서 여정을 멈추고 고향으로 되돌아 왔다는데 그의 작품 '싯타르타'에서는 닿지 못했던 인도에 대한 서사가 들어있다.

저자는 헤세가 실제 인도를 방문했더라면 그토록 작품 속 배경을 그토록 아름답게 쓰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때로 간절하게 원했지만 닿지 못한 것들에 대해 더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가의 감수성, 당시 여건, 건강상태때문에 떠난 여정이 그들의 작품에 녹아있는 경우를 보면서 그들에게 있어 여행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그 여정을 함께 했다.

만약 그들이 그 여정을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불행하게도 위대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 여정을 감사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