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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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삶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운명처럼 이승에 왔다가 공평하게 다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 아닌가.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것 또한 선택이 아니다.

예정되어있던 수명대로 살다가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가족장을 전문으로 하는 게시미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와는 장례문화가 많이 달라서 낯설기는 했지만 고인에 대한 마지막 인사는 더욱 애틋한 것 같아 이런 장례식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시미안 장례지도사중 막내인 미나는 스물 둘에 시작하여 이제 9년차에 접어들었다.

어떤 죽음도 슬프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맡는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들 것이다. 미나는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이후 이렇다할 작품을 쓰지 못했던 작가 나쓰메의 자살로 그 두려운 일을 맡게 된다.



나쓰메가 신인작품상을 받았던 소설 '섬광에 그을린 여름'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가공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실제 나쓰메의 이모가 겪어던 실화!

수상이후 작품에 별 진전이 없었던 나쓰메는 그녀의 이모처럼 성매매업소에서 일했고 어느 날 단골고객과 함께 자살해버리고 만다.

그 마지막을 제일 친한 마나에게 부탁하다니. 마나는 충격과 슬픔에 절망했지만 나쓰메의 부탁처럼 나쓰메의 마지막을 잘 지켜준다.



마나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마나의 직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결혼하려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한다. 하긴 시체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마나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려면 그 일을 그만둬야 한다. 과연 마나의 선택은 무엇일까.



결혼과 출산이후 섹스리스 부부가 된 여자, 보잘 것 없는 부모밑에 태어나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채 학교폭력까지 당했던 비운의 남자.

게시미안 장례식장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

손님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켜야하고 누군가는 과거로부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을 견디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빼앗기거나 잃는 일이 더 많다. 그런 현실을 가장 극렬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 아닐까.

게시미안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의 모습에서 가슴속에 파장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때로 감동스럽고 때로 아픈 그런 파장들...새해가 시작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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