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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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이것처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면 그건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오죽하면 '멍 때리기'대회가 있을 정도인가.

정말 아무것도 하지않고, 고요하게 정지된 시간을 가져보는 것!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운날은 더욱 힘든 일이다.

막 꽃이 피고 바람이 살랑이는 봄날이거나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더위를 날리는

가을이라면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사는 일 자체가 고행이다 보니 잠시 짐을 내려놓고 고요해지고 싶은 것이 현대인의 로망이 아니던가.



이 책은 일단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았다. 더구나 간간히 곁들여진 사진조차

너무 고요하고 평화로워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 때 살았다던 불광동인지, 살고 있다는 합정동인지, 가끔은 부산도 등장하고

남산을 바라보는 우리동네 어디쯤인듯도 해서 더 한참을 들여다봤던 것 같다.

아마 그가 느꼈을 평화와 고요를 나눠받고 싶었던 마음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에게도 거리에서 태어나 우리집 가족이 된 반려견 토리가 있다.

이제 만 8년이 되었으니 오래산다면 딱 산만큼의 시간이 남았을 것이다.

누구는 걱정같은건 미리 땡겨서 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토리를 보면

남은 시간이 얼마큼일지,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면 나는 견딜 수 있을지

갑자기 슬픔이 밀려온다. 늘 바라건대 제발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 하자.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제 남은 시간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이 더 많이 나를 사로잡는다.​ 정말 뜬금없이 오래전 함께 했던,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어떻게 다시 연락을 해볼 수 없을까 궁리해보기도 한다.

추억이 깃든 단골집을 찾아가보기도 하고 이미 늙어버린 지인의 얼굴을 보면서 쓸쓸해지기도 한다. 아 나도 늙었지 참.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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