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보며 어른이 되었다 - 오답노트 같았던 삶에 그림이 알려준 것들
이유리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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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막막한 순간을 만나는 것이 어디 한 두번이던가.

나름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가장 현명한 길을 선택했다고 믿었건만 뒤돌아보면 어리석었던 일들 또한 무수하다. 그런 나에게 힘을 주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때로는 지인들의 위로가, 책들의 언어가, 음악이, 그리고 그림이 위안이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몇 년전부터 그림에 관한 책들이 나오면서 그림볼줄 몰랐던 내가 그림 속 이야기들을 듣게 되고 화가가 전하려 했던, 혹은 화가의 삶이 그대로 보여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살 수 가 없는 사람이 있고,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 작가들의 작품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깊어지고 때론 방향까지 바뀐 경우도 있다.



우리는 태어나고 자라면서 수많은 지표들, 예를 들어 도덕이나 예의, 교육, 배려같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자연스럽게 습득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가르침으로 익히기도 하는데 때로 타고난 성품이 유독 예의바르고 친절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마음도 편하게 먹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들은 불편함이 없고 행복할까.

자신의 친절이 때로 버거워서 표정을 바꾸었더니 주변도 달라지더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렇다면 친절을 버려야 하나. 오히려 자신이 더 버티기가 힘들더라,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는 꼴이라는 말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기가막힌 비유라니.



사람간의 거리를 지킨다는게 정말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친구들이나 가족간의 거리는 어느만큼 두는 것이 안전한지, 여기서 안전하다는 것은 서로 상처받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흔히 오지랖이 너무 넓어서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디까지의 관심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 선을 확실하게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려나.



아이를 낳아 본 사람들이라면 자식이 부모에게 어떤 존재인지, 특히 딸을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자식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행복인지를 느끼게 된다. 물론 아들보다 딸들이 더 그렇다.

친구처럼 속내를 터놓고 지내면서 서러웠던 지난 날을 하소연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들이 오히려 딸의 인생에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아빠랑 결혼했어?' 심지어 자기 나이대로 돌아간 엄마를 만나면 '아빠랑 결혼 하지 마'라고 한다니 부모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들킨 기분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부딪히고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림이 전하는 말이 퍽 위안이 되었다는 저자의 말이 부럽다.

나도 그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더라면 좀 괜찮은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저자가 올려둔 그림들중 이 그림이 가장 내 마음을 끌었다.

화가 밀레이의 딸을 그린 것이라는데 교회에 억지로 끌려간 어린 딸이 신부의 설교가 얼마나 지루했는지를 그냥 그림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이 그림을 보고 신부가 지루한 연설을 길게 하면 안된다고 깨달았다니 목적은 달성이 된 셈이다. 이 아이는 자라서 어떤 여인이 되었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저자가 올려준 그림을 보며 누군가의 삶도 나와 비슷했었다는 사실에 위안과 감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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