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토요일 새벽 -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정덕시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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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툴라라는 종의 거미가 있었구나. 몇 년전부터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인기이긴 했지만 뱀이나, 도마뱀, 이구아나같은 파충류를 기르는 사람도 늘어나고 몰래 밀수입하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뉴스가 한 번씩 등장했다.



제 한 몸 건사하고 가족들 부양하느라 힘들게 살았던 과거와는 다르게 홀로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서일까. 심지어 개에 물린 트라우마때문에 개를 싫어했던 나 조차 지금 반려견을 키우고 있으니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인지 인간이 많이 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두희라는 이름을 붙인 타란툴라를 키우는 수현이라는 여자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작가가 혹시 타란툴라종을 키워본 것은 아닌지 내내 궁금해졌다.



반려동물을 파는 펫숍이 많아진 것은 알았지만 특이종들만 취급하는 펫숍도 많아졌다는 것도 그렇고 쉽게 키우기 힘든 동물들의 습성을 공부해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참 신기하기만 하다. 종에 따라 다르지만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는 확실히 짧은 것 같다.

두희 역시 17년을 살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된다. 수현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 했는데.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숲속에 잘 묻어주고 내려온 수현이는 살아왔던 것처럼 다시 살아가는 것 같았는데.


두희가 살았던 흔적들을 거의 지우지만 두희의 방은 그대로 둔다. 특히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는 날에는 두희의 방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처음 두희를 키우려고 했던 즈음 엄마는 손사레를 쳤고 외삼촌의 딸은 소리만 수현을 응원했었다.

그 오랜시간 두희를 키우면서도 타란툴라 거미를 키운다는 소리를 주변에도 거의 알리지 않았었다.

특이종을 키우는 것에 대한 질문이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른다.

키우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거미를 키우는 장면은 왠지 수현의 성격을 닮은 것도 같았다.




흔히 오래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주인을 닮는다. 아니 주인이 반려동물을 닮은 것인지 암튼 그런 말이 있다. 오래 들여다보고 같이 맞추다보면 닮은 것은 당연하다.

수현의 조카 원준이 반려견을 키우는 장면에서는 내 모습이 수없이 겹쳐졌다.

처음 우리집에 왔던 내 반려견을 보고 질겁해서 다른 입양처를 알아보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이 되어 내 삶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 떠올랐다.



원준이가 전교1등을 하지 않으면 시골로 강아지를 보내겠다는 부모를 골탕 먹이는 장면이 특히 통쾌하다. 영리한 아들같으니.

17년!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나는 가끔 우리 토리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상상한다.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수현은 오히려 잘 견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깊은 상심에 빠졌다는걸 타란툴라를 교배해 수현에게 분양했던 J만 그녀의 상태를 눈치챈다. 사실은 수현 자신도 자신이 펫로스에 빠졌다는 것을 몰랐었다.

소재 자체가 특이해서 얼른 넘겨지기 어려운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 수록 내 이야기 같아서 벌써부터 두려워지고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많은 사람들이 깊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뿐만이 아니다.

동물원에 들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키워지는 동물들. 그리고 쉽게 분양받아 가족이 되겠다는 사람들...어떤 것이 지혜로운 일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무엇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동물들의 삶을 깊이 연구하고 수집하여 작품으로 승화한 작가의 열정에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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