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와 함께 걷는 청와대, 서촌, 북촌 산책 - 도시 산책자를 위한 역사 인문 공간 이야기
김영욱 지음 / 포르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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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 변해가는 것들이 있다. 외적인 요소야 말할 것도 없고 나의 내면, 성격이나 입맛, 취향같은 것들도 나이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젊어서는 먹지 않았던 나물들이 달게 느껴지고 맛도 모르고 먹었던 설렁탕의 그 슴슴한 맛이 깊에 다가온다. 사는 곳들도 그렇다. 판자집 비슷한 곳에서 살았던 어린시절이 지긋지긋해서 그런지 세련된 콘트리트 건물들이 로망이었지만 지금은 낮으면서도 넉넉한 한옥이 좋아졌다.



서울이라는 곳이 과거 한성, 한양이란 지명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지면서 였다고 한다. 눈 설(雪)이 변해서 서울이 되었다고도 하고 그 이름의 어원의 정확함은 모르겠지만

과거의 서울보다 지금의 서울은 10배쯤 커진 것 같다.

도심이 확장되면서 구도심이 남게 되고 지금은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이 이 구도심을 찾는 것이 트랜드가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북촌은 통행금지 시간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오버투어리즘이

생긴 것이다.




삼각산이라고 해야하나? 인왕산이라고 해야하나 그 산자락 밑에 자리잡은 청와대는 대한민국에 대통령이라는 통수권자가 생기면서 함께 해온 건물이다.

말 그대로 푸른 기와집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저자는 서울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았다고 하지만 지도를 놓고 보면 서울의 중앙에 자리잡은 것이 아닐까.

가깝고도 아주 멀었던 청와대는 이제 관광지로 남게되었고 그 비밀의 문을 열게 되었다.



청와대터가 과거 어떤 곳이었는지, 세계의 리더들이 일하는 집무실과 관저는 어떤 장소, 어떤 모양인지 비교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대체로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이거나 지척인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24시간 비상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청와대도 그렇긴 했지만 일반인에게는 너무 먼 곳이었다.

다우닝 10번가처럼 그저 길만 건너면 만날 수 있는 그런 곳이 절대 아니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청와대는 오랜 침묵을 깨고 열린 셈이다.



광화문 근처 정동이나 삼청동, 인사동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 북촌이나 서촌을 걷는 것도 좋아하지만 확실히 너무 많은 관광객때문에 한적함을 누리기는 힘든 것이 아쉽다.

구불 구불 오래된 골목길에는 우리가 아는 예술인들이 살았던 집도 있고 과거 친일파들이 점령했던 동네들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학생이었을 적에 벌써 도서관이 되어버린 정독도서관은

지금 가도 가슴이 설렌다. 아기자기한 모습도, 많은 책들도 추억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건축에 전문가가 아닌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저 풍경만 본다. 가끔 맛집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흘깃 한옥 너머를 기웃거리는 재미로 나들이를 한다.

하지만 건축가가 보는 북촌이나, 서촌은 분명 다를 것 같다.

그들의 눈에는 건축의 시작과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까지 겹쳐보이는 모양이다.

그저 스쳐갔을지도 모를 그 곳들을 하나씩 짚어주는 매력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다.

다음 나들이에는 더 분명하게 마음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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