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좋아서 -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
더초록 홍진영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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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는 싯귀가 참 좋았다. 봄이 오면 연록색의 싹이 돋아나고

뜨거운 여름동안 짙은 초록이 되어 사방을 물들인다.

가끔 만약 이 초록이 붉은 색이었거나 검은 색이었다면 자연과 잘 어울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행이다. 초록이라서. 인간의 눈이 가장 편하게 느끼는 색이 바로 초록이라고 한다.

신의 지혜가 이렇게 감사하게 다가온다. 텃밭을 가꾸다보니 울안도 모두 초록초록하다.

창밖에 보이는 바다는 푸르고 접한 하늘도 푸르고 그 사이 중간에 무화과나무가 초록

초록 흔들리고 있다. 참 평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아파트를 벗어나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약사.

나도 서울의 집, 아파트와 섬의 집을 오가면서 지내는데 아파트에 사는 것과는

다르게 일반 주택은 정말 손갈일이 많다.

텃밭가꾸기를 좋아해서 일반 꽃들은 거의 심지 않았지만 일단 식물을 가꾸는

일은 풀과의 전쟁이라고 보면 된다. 더구나 식물을 먹고 사는 벌레들과의 힘겨루기도

보통일이 아니다. 파리는 애교수준이고 지독한 모기에 보기만해도 징그러운 지네에

저자가 모아두었던 벌레, 결국은 배추흰나비가 되어 날아간 애벌레까지..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정원까지 멋지게 가꾸는지 그 능력이 존경스럽다.

책에 실린 초록초록과 화사한 꽃들을 보니 내 마음마저 아름다워지는 것 같았다.

거기에 졸졸 따라다니는 개와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까지. 얼마나 평화로운지.

정원가꾸기가 시간과 정성뿐만 아니라 돈도 솔찬히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하긴 야생화도 아니고 씨앗이며 구근이며 모종같은걸 사려면 돈이 들어가야겠지.



암투병중이었던 아버지가 이 책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게 아쉽다.

가장 좋아하셨을 분일텐데. 농부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초록을 가꾸는 딸이

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초록과 꽃과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예쁠것 같다.

사철 초록과 꽃을 즐기며 사는 이 가족들이 참 부럽다.

그리고 그 집 정원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이 부럽다. 정원을 가꾸면서 나를 가꾼다는

저자의 말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감사를 알아보는 마음의 눈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사로, 정원사로, 엄마로...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도 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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